[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상한가를 쳤다. 다만,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이르진 못해 이른바 '따상'엔 실패했다.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거셌던 것을 감안하면, 오늘 상한가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흥행에 대해 시장이 카카오뱅크를 '은행'보다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가치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대비 1만6100원(29.98%),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 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이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개장 직후 5%대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나타냈으나 이내 상승 전환, 이후로는 강세를 이어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15만 주와 117만 주 정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개인은 약 494만 주 팔아치웠다.
지난 7월 26일 서울 KB증권 종로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상수 사진기자] |
상한가로 거래를 마치면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 원이 됐다. 종전 금융주 시총 1위인 KB금융(21조7052억 원)을 가뿐히 제쳤다. 코스피시장 전체 종목 중에선 11번째 큰 규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시총 33조원이면 코스피 내 비중이 약 1.6% 수준이다. 그런데 기관별로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비중은 약 0.3%"라며 "벤치마크를 밑도는 건 부담이 되기에 기관 입장에선 더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카카오뱅크는 2016년 설립된 국내 대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2019년 매출 6649억 원, 영업이익 133억 원에 이어 지난해 매출 8042억 원, 영업이익 1226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733대 1이라는, 코스피 기준 역대 두 번째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주문 규모는 2585조 원으로 기존 최대치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2417조 원을 넘어섰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182.7대 1, 청약 증거금은 58조3020억 원이다. 신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증거금 규모가 SKIET(80조9017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 원), 카카오게임즈(58조5542억 원), 하이브(58조4238억 원)에 이어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선 고평가 논란이 일었고, 상장 직후 흥행 여부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카카오뱅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6배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다. KB금융이 0.7배 정도인데, 두 회사 자기자본수익률(ROE) 레벨은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며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계속 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증시) 모멘텀 공백기여서 성장주로 돈이 몰린 것 같다. 금융주라면 대표적인 가치주인데 카카오뱅크는 성장주로 보고 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지난 5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4만5000원을 제시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한 은행"이라며 "카카오뱅크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여준 성장상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