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의 액체금속 전자구조 실험으로 증명
고온초전도 현상에 손실없는 전력수송 기술 기대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저항값이 0인 꿈의 전력수송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진이 이론으로만 존재한 액체금속의 전자구조를 실험을 통해 측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상용화한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전력 수송이 가능해져 동·하절기 전력 수급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이 1960년대 예측했던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가 발견된 결정 고체와 액체금속의 계면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08.04 biggerthanseoul@newspim.com |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 고체에 대해서는 전자 구조 설명이 쉽다는 게 물리학계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액체나 비정질의 고체(유리)와 같은 물질에서는 전자 구조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앞서 1960년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앤더슨과 네빌 모트 등은 각고의 노력 끝에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지난 반세기 동안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을 발견한 연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처럼 검증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를 측정해 국제 과학기술계를 놀라게 했다.
연구팀은 액체 금속을 직접 측정하는 고전 방식과 달리 액체 금속과 결정 고체의 계면 전자 구조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검은 인(흑린)'이라는 물질의 표면에 알칼리 금속(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을 뿌리는 연구를 진행했다.
물질에 첨가된 전자는 불규칙하게 분포된 알칼리 금속 원자들과 충돌해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와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앤더슨과 모트 등이 예측했던 뒤로 휘는 형태의 독특한 전자 구조와 '유사갭(pseudogap)'도 발견했다.
유사갭은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경우 양자역학적 효과로 인해 전자는 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는다. 반면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경우 전자는 불완전한 에너지 간극을 갖게 된다. 이에 대해 네빌 모트는 1968년에 유사갭이라 명명했다.
이와 함께 응집물질물리학의 풀리지 않은 난제인 고온초전도 현상은 결정 고체에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를 첨가할 때 나타난다. 그 전자 구조에 원인을 알 수 없던 유사갭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면 고온초전도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액체 금속의 전자 구조와 실험 결과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1.08.04 biggerthanseoul@newspim.com |
김근수 교수는 "불규칙하게 배열된 이종 원자들과의 충돌 효과로 유사갭을 설명할 수 있다"며 "고온초전도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고온초전도 현상에서는 저항이 0이 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없다"며 "전력을 생산해 손실없이 해당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상용화될 수 있을 뿐더러 고온초전도 현상은 오히려 우주공간에서 효과가 크기 때문에 향후 우주관련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5일 0시(한국시간)에 게재됐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