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권한 무시하고 "장관 나와라" 꼰대 짓
내년 야당에 돌아갈 법사위, '상원 노릇' 안돼
구태 반복하면 거대여당 독주에 정당성 부여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국회가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11대 7로 재배분하기로 하면서 관가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소관 상임위가 야당으로 배정되는 부처는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특히 20대 국회까지 이른바 '상원 노릇'을 했던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내년 대선 이후에는 야당의 몫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정부를 견제하고 여야간 균형을 감안하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당연한 조치다.
◆ 상임위 의결 무시하고 "장관 나와라" 꼰대 짓 오명
최영수 경제부장 |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꼰대 짓'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사건건 발목잡고 개혁 법안들을 외면했던 행태는 국민의 따가운 비판으로는 부족하다.
법상 주어진 '체계·자구 심사권'을 남용해 이른바 '상원 노릇'을 하고 다른 상임위원회에 '갑질'한다는 오명을 썼던 게 사실이다. 이제 법사위 기능을 본래 취지대로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고 심사기간도 60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나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체계자구 심사는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만들어진 규정이다. 각 상임위에서 만들어진 법안이 서로 모순되거나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고 일관성있게 조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든 법률을 간단한 방법으로 검색할 수 오늘날 어쩌면 체계자구 심사마저도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때문에 정부도 '꼰대 법사위'가 부활할까 벌써부터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고 있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심사한다며 '장관 나오라'는 요구는 횡포에 가깝다. 법사위의 갑작스런 호출로 장관의 일정이 틀어지고 행정력이 낭비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 '꼰대' 법사위 반복되면 거대여당 독주에 정당성 부여
거대 여당이 법사위를 거머쥔 지난 1년 간 해묵은 법안들이 다수 처리되면서 관가에서는 고무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야 갈등이 증폭되면서 '독주'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특히 '임대차 3법'을 비롯한 법안들은 적지 않은 후유증도 낳았다.
20대 국회 법사위의 '꼰대' 행위와 21대 국회의 '독주' 모두 국민의 눈총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제는 법사위가 협치(協治) 국회를 이끌고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여야 모두 사랑받고 상생할 수 있다.
내년 대선 이후 법사위가 혹시라도 '꼰대' 짓과 '발목잡기' 행태를 반복한다면 21대 국회 출범 이후 거대 여당의 독주에 정당성만 부여할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차라리 여당의 독주가 낫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당장 오는 8월부터 야당의 몫이 될 7개 상임위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개혁 법안들의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때문에 야당도 이제는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존중할 수 있는 의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 국회 상임위 운영도 효율성 높이고 예측 가능해야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상임위의 운영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회의 비효율은 정부의 비효율을 낳고 이는 민간기업의 효율성까지 저해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 달 넘게 여야가 신경전을 펼치며 임시국회를 공전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의사일정이 타결된다. 며칠 뒤 상임위를 열겠다며 장·차관을 호출한다. 두 달 전부터 잡아놓은 민관합동 행사나 회의에 장·차관의 참석이 어렵게 되고 실장급(1급) 참석으로 대체된다. 모든 행사의 의전과 일정, 내용이 수정되고 해당부처와 참석기업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한다. 그나마 행사가 취소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때문에 상임위도 정부와 민간이 예측 가능하게 운영돼야 한다. 때마다 '샅바싸움' 하듯 의사일정을 놓고 힘겨루기 하는 모습은 국민을 지치게 한다. 매월 정례화된 일정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상시국회가 답이다.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 전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게 행정력을 높여왔다. 부처 간 조율하는 능력도 과거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고 민간기업이나 단체와의 소통도 확대하면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많이 줄어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회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은 몇위인가. 국회 스스로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면 국가의 짐이 될 뿐이다. 합리적이고 생산성 있는 국회로 변신해야만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2년차 21대 국회의 멋진 변신을 기대한다.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