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태초 이래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은 3가지다. 바로 천거(薦擧)와 과거(科擧), 그리고 선거(選擧)다.
천거는 믿을만한 인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고대 부족국가 시대부터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 이르기까지 가장 폭넓게 쓰이는 방식이다. 오늘날 대통령이 내각의 장·차관을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가장 편리한 방법이지만 자칫 남용될 경우 폐단도 만만치 않다.
천거의 단점을 보완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고자 도입된 것이 과거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초기에 도입되어 중기에 정착됐으니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국가고시나 공무원시험이 대표적이다. 천거와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의(民意)를 대변하고자 도입된 것이 바로 선거다.
◆ "신임 장관 또 청와대 출신이네"…후반기 바닥난 인재풀
최영수 경제부장 |
3가지 방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한 국가의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천거다. 권력을 잡은 뒤에 논공행상을 하듯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게 전형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인사권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양날의 칼'이다.
정권마다 부실인사가 늘 있었지만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한 실망감은 매우 크다. '촛불민심'을 딛고 탄생한 정부였기에 국민의 기대감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정권 초 '신선한' 인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촛불민심을 얼룩지게 했다.
인사청문회마다 각종 논란이 불거졌고 부끄러운 행태에 대한 사과도 반복됐다. 하루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면 장관에 임명하는 아집도 반복됐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야당도 문제지만, 부실인사의 최종적인 책임은 인사권자에게 있다.
이 나라에 정말 쓸 만한 인재가 없는 것일까. 청문회를 거뜬히 통과할 만한 인재가 그리도 귀한 것일까. 문제는 좁은 인재풀에서 비롯된다. 요직에 임명되는 이들의 상당수는 청와대 출신이거나 특정지역 출신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도덕성 검증이 지나치다'며 인사청문회 제도개선을 촉구했지만, 국민의 절대다수는 여전히 공개검증을 원하고 있다. 인재풀을 보다 넓힌다면 아직도 훌륭한 인재가 널려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다.
◆ '캠코더 인사'는 촛불정신 외면…능력중심 고루 등용해야
"인정(人情)보다 대의(大義)를 쫓아야 한다. 수령(守令)도 현능(賢能)하면 중앙 관직에 임명해야 한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18년간 영의정을 역임했던 재상 황희(黃喜)는 오늘날 문재인정부에도 따끔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보은인사를 지양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과거 정부의 그릇된 행태를 답습하면서도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사'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청와대에 몸담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국정철학이라면 애초에 국민들이 이해하기란 어려운 것 아닌가. 결국 널리 인재를 찾기보다는 가까이서 도와준 이들에 대한 보은인사에 불과하다.
권력을 손에 쥐고 초심을 잃게 되면, 점점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쓴소리를 하는 인재는 멀리하게 되고 주변에는 아첨꾼들만 남게 된다. 그들은 또 다시 자신의 이권을 위해 '그릇된 천거'를 일삼게 된다.
청와대 출신만을 중용하는 인사, 나아가 10여년 전 참여정부 출신까지 집착하는 인사는 '그릇된 천거'의 민낯이다. 문재인정부가 이제라도 촛불정부의 초심을 되찾고 능력 있는 인재를 고루 등용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정권 말 천거의 '양날의 칼'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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