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매달 일평균 40만배럴 증산...OPEC+ 합의 절차 남아
정유업계, 정제마진 회복이 더 중요...유가하락 따른 수요 증가는 '긍정'
석화업계, 제조원가에서 원료 나프타 가격이 70~80% 차지 유가 영향↑
[편집자] 전통적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증산에 대해 합의를 이루며 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미세한 온도차를 보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유소 휘발윳값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원유 증산 정책을 놓고 이견을 보이던 OPEC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14일(현지시간)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5일 주요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의 내용은 오는 8월부터 매달 일평균 40만배럴씩 증산하되 기존의 감산안은 내년 4월에서 12월로 8개월 연장하는 안이 유력하다.
오스트리아 빈 OPEC 본부.[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11.24 mj72284@newspim.com |
OPEC플러스(+) 차원의 합의가 남아있지만 그동안 UAE 만 반대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이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앞서 OPEC+는 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감소에 대응해 지난해 5월 당시 세계 생산량 대비 10% 수준인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고 2022년 4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현재 감산규모는 하루 약 580만 배럴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는 감산한 것이지만 감산 최저점에 비해서는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으로 사실상의 증산"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국제유가도 급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은 전날보다 2.12달러(2.8%) 하락한 배럴당 73.12달러를, 북해 브렌트유 9월물은 1.73달러(2.26%) 급락해 74.7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정유‧석화업계는 증산 결정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종별로 미세한 온도차를 보였다.
정유업계는 유가 변동 자체 보다는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용 등을 뺀 가격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돼야 회복될 수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 중이지만 최근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화하고 아시아 지역의 석유수요가 개선되면서 정제마진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7월 2주차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2.9달러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손익분기점인배럴당 4~5달러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2달러 대를 회복한 것은 두 달여 만이다.
유가 하락 관련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석유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는 유가 하락을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석화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나프타를 기초 원료로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 화학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원가도 그 만큼 오르기 때문이다.
제조원가에서 원료인 나프타 비용이 70~80%를 차지하는데 유가가 상승하면 나프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이 생산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원가도 내려가는 구조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 원료가(나프타 가격)가 오르면 제품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보지만 최종제품인 플라스틱이나 기초유분은 시장의 저항이 있다"면서 "수요가 받춰주지 않을 때는 제품 가격 인상을 할 수 없어 채산성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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