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부과기준, 상위 2% 개정에 고가주택 잣대도 상향 가시화
취득세, 중개수수료율, 분양보증, 담보대출 등 기준 변화 가능성
일종의 규제완화 인식에 집값 안정화 부담, 핀셋완화 적용할수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여당이 부동산 종합부동산세의 부과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상위 2%로 조정하면서 13년간 이어온 고가주택 기준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고가주택의 기준을 사실상 9억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종부세 부과 기준과 연동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취득세뿐 아니라 담보대출,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 다양한 부동산 세금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가주택 기준도 11억~12억원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고가주택 기준, 종부세 완화에 9억->12억 상향 가능성
28일 정치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여당이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위 2%로 제시하면서 고가주택 기준으로 활용된 9억원이 상향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다.
종부세는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대표적인 세금이다. 부동산 투기수요와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됐다.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면 적용된다. 최근 여당이 격론 끝에 종부세 기준을 상위 2%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고가주택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이에 부동산 세금 정책의 기준도 수정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국토위 관계자는 "당정이 고가주택 기준의 상향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부분은 없다"며 "다만 종부세 부과기준이 높아지고 10여년 간 이어진 고가주택 기준이라는 점에서 상향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고가주택 기준은 13년간 변화가 없었다. 2008년 10월 실거래가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상향된 이후 지금까지 이 기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 당시 기준을 높인 이유는 주택가격 상승을 반영하고 중산층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13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종부세, 양도세 기준이 상향 조정된 만큼 현실에 맞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거래가 9억원 초과로 고가주택 기준이 변경될 당시만 해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균 4억2000만원 수준이다. 중대형 면적에 속하는 전용 85㎡ 초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8억원 남짓이다. 당시에는 9억원 초과 주택이 많지 않았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대상에 포함된다. 고가주택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집값 상승이 가팔랐다. 경실련이 KB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시내 99㎡(30평)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2,000만원이었다. 이듬해 1월 7억원을 돌파한 뒤 올해 1월에는 11억1000만원으로 뛰었다. 이후 4개월 만에 8000만원이 더 올라 지난달 기준으로는 11억9000만원으로 치솟았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집값 상승률이 93%에 달한다. 고가주택 기준 9억원과 현재 시세에는 괴리감이 큰 것이다.
◆ 취득세·분양보증·담보대출 등 정책도 연동...주택시장 불안은 부담
고가주택 기준이 상향되면 부동산 관련 정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토교통부가 검토에 들어간 중개수수료 개편안이 영향을 받는다. 현재는 실거래가 9억원 이상은 최고 수수료율 0.9%를 적용한다. 물론 부동산 거래에서 중개업소와 매도·매수자 간 협의로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10억원 아파트를 거래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고 900만원까지 부담하는 구조다.
고가주택은 취득세를 낼 때 최고세율 3.3%가 적용된다. 최하 구간이 실거래가의 1.1%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대출규제도 받는다. 현재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집값 상승으로 서울에서 전용 84㎡의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 이상이다. 중도금 대출이 막혀 청약을 포기하는 실수요가 적지 않다. 분양보증 기준이 완화되면 실수요자가 청약시장에 접근하기 한결 수월해진다.
주택담보대출 기준도 규제지역에서 9억원을 초과하면 LTV 20%만 적용한다. 15억원을 초과하면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이 기준도 12억원선으로 상향 조정될 여지가 있다.
다만 정부가 집값 상승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고가주택 기준을 완화할지 미지수다. 주택담보대출과 분양보증 등의 기준을 상향하면 주택거래가 늘어날 수 있고, 곧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중위가격이 대부분 고가주택에 포함된 만큼 현실적인 기준이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집값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할지 미지수인 상태"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