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국제부장 =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적법 개정안에는 한국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자녀에 대해 필기시험·면접 등 현행 국적취득 절차를 생략하고 신고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이 시행되면 6세 이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신고만 하면 국적 취득이 가능해진다. 7세 이상인 자녀는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에 한해 신고할 수 있다. 2~3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하거나 재외동포처럼 우리와 혈통적·역사적으로 유대 관계가 깊은 영주자가 그 대상이다. '속인주의' 현행 우리나라 국적법에 '속지주의'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다.
생산인구 확대와 미래인재 유입을 위한 조치로 정부는 매년 700명 내외의 인적자원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출생아는 7만명을 겨우 넘어선 7만 519명이다. 1981년 출생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라고 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88명이다. 34세 이하 연령대에서 이를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1700만명에 해당하는 베이비 부머세대(1955~75년생)가 매년 85만명 이상 은퇴한다. 이미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로 진입하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인구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됐다. 생산가능인구 진입수가 빠져나가는 수를 초과하는 인구배당효과가 사라지고 이제는 거꾸로 된 채 수년이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빚은 거의 2000조원에 육박한다. 정부가 4월초에 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가부채는 1985조3000억원으로 같은해 명목GDP 1924조원보다 많다. 인구구조를 고려하면 앞으로의 재정 악화요인은 더 강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40조2000억원, 지난 15년간 225조원을 저출산 대응에 쏟아부었다. 인구정책 효과는 대략 15년 이후에나 나타난다는 인구학계의 통설에 따른다면 지금쯤 출산율이 반등해야 한다.
하지만 젊은세대들은 결혼과 출산을 더욱 회피하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된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도 저출산과 연관지어 진다. 입소스 사이언스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탄소배출저감 규모를 보면 '재생에너지 사용'이 1.5 tCO₂, '전기차로 교체'가 0.8 tCO₂, '고효율 조명'이 0.1 tCO₂, '빨래건조기 사용하지 않기'가 0.2 tCO₂, '자가용보유하지않기'가 2.4 tCO₂, '채식위주 식단'이 1.1 tCO₂이다.
충격적인 것은 '아이 한명 덜 낳기'가 이 모두를 합친 것의 거의 10배인 58.6 tCO₂이라는 것이다. 입소스는 젊은세대들이 탄소배출저감에서 무엇이 더 우위에 있는지를 기성세대 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래저래 젊은세대가 아이를 갖는데 대한 부담은 더욱 더 커지기만 한다.
저출산대응과 국적법개정은 인구감소와 국가정체성과 관련된 큰 문제다. 비중있는 한 정치가는 "국적법 개정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다. 어떤 사람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인가 하는 대한민국 정체성의 문제"라면서 "사안의 중대성으로만 따진다면 국민투표에 부쳐도 과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차라리 잘 됐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저출산 대응방안과 국적법 개정을 묶어서 국민대토론회 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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