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기혼 여성은 '출가 외인'으로, 부양의무자는 시부모"
인권위, 지침 개정 권고…"사회 전 영역 여성과 남성 동등한 지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결혼한 여성이 희귀질환 의료비 국가 지원을 받으려면 시부모 소득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질병관리청에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7일 인권위에 따르면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은 기혼 여성 A씨는 최근 보건소에서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지원 대상으로 정해지면 간병비 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 시부모 소득 내역도 제출할 것을 요구받았다. 의료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때 환자 본인 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 소득을 모두 평가하는데 부양의무자에 시부모가 들어가고 친정부모는 안 들어간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에 A씨는 국민신문고에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인권위에도 진정을 냈다.
질병관리청은 A씨에게 "혼인한 여성은 '출가'해 시부모를 부양의무자로 지정한다"며 "이는 전통적 가족형태를 감안해 혼인한 여성에 대한 시부모의 부양의무를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인권위는 이 같은 기준에 차별행위가 있다고 판단해 질병관리청에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런 기준은 여성이 혼인을 통해 출가해 배우자 가족에 집적되는 존재라는 전통적 가족관계와 고정관념에 기초한다"며 "이런 가치에 따른 호주제는 이미 폐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활동 및 사회 전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지위로 참여하며 가족관계도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 개인의 자율적 의사가 존중되는 모습을 변한다"며 "기혼 여성의 부양의무자를 시부모로 지정한 행위는 그 자체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