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충전기 5천기 설치계획, 만료 시한 없어
예산 감안할 때 20년 걸릴 수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서울시가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발맞춰 급속 충전기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설치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시는 일단 내년까지 부지확보만 완료한 뒤 예산 사정을 봐서 시간을 두고 충전기 설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은 차치하고라도 서울시는 언제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시한도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000대를 목표로 내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충전 인프라(기반시설) 부족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서울시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고속충전기 5000기 설치사업이 마무리 되기 까지는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는 지난 3일 전기차 급속 충전기 5000기 설치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내년인 2022년까지 충전기를 설치할 부지를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충전기 설치를 완료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계획 자체가 없는 상태다.
이번 서울시의 급속 충전기 확보 계획은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항이다. 급속 충전기 5000기 설치를 시작으로 서울시는 시 전역에 전기차 충전기 20만대 설치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충전기 설치 보조는 이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오래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공동주택단지에 설치하는 전기 충전기(완속)에 대해 1기 당 200만원을 보조해주는 사업을 추진했으며 경기도도 1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서울시도 지자체 중 처음으로 2019년부터 민간 충전사업자에게 공용급속충전기 설치비를 지원했다. 또 대전시가 올해부터 민간 충전사업자 설치비 지원을 시작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전기 충전기 모습 pangbin@newspim.com |
이번 사업에서 서울시는 급속 총전기 5000기 설치를 위해 부지를 내년까지 확보한 후 민간 충전 사업자가 충전기를 설치하면 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 충전기 설치 사업은 환경부가 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시 보조대상이 아니며 공영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공공 충전소를 짓는 사업도 이번 5000기 확충사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충전기 확충상버은 기존 주유소 사업자가 주유소 부지에 전기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과 전기 충소를 열려는 사업자에게 공사비를 보조해주는 방식이 많은 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실제 실현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6월 현재 서울시 전역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는 약 8400여기다. 이는 20분안에 충전이 완료되는 초급속 충전기와 1시간 정도 걸리는 급속충전기, 완전 충전 소요시간이 5~8시간인 완속 충전기를 모두 포함한 것이다. 올해 시가 공공 충전기로 직접 설치할 급속충전기 댓수는 200기 정도며 완속 충전기는 150기 가량이다.
그런 만큼 급속충전기 5000기를 설치하는 것은 아무리 민간 사업자 보조 방식이라도 예산 등을 감안할 때 조기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꼽힌다. 시도 충전기 설치 완료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부지 확보 상황을 지켜보고 설치 계획을 새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설치 작업 진행될 시기는 아직 윤곽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지자체 사례를 볼 때 서울시가 설치할 계획인 급속 충전기의 설치비용은 300kw 기준 1기당 1억8000만원 정도로 시가 부담해야할 보조금은 1기당 4500만원에 이른다. 현행 충전소 지원 예산을 감안하면 연간 200~300기만 지원 가능하며 급속 충전기 5000기 보급 계획은 2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처럼 서울시내 전기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감할 때 자치 충전인프라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지난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댓수를 승용차와 화물차를 합쳐 연 5600대로 확장한 상태며 올해는 7000여대에 대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반면 서울시내 전기 충전기는 급속과 완속을 합쳐도 연간 연간 200~300기 밖에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충전기 설치 확대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서울시가 '공공 충전소'가 아닌 민간 사업자보조로 충전기를 크게 확대하는 방안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이번 사업계획 만으로는 오세훈 시장의 재선까지 합쳐 5년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장기 프로젝트로 보인다"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