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지 발표 '하반기로'…후보지 곳곳 투기정황
건설사들 '청천벽력'…발표 미뤄져 사업일정 덩달아 연기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발표를 올 하반기로 전격 연기한 후로 건설사들 한숨도 커지고 있다. 공공택지가 공급돼야 건설사들이 낙찰받아서 주택사업을 진행하는데 택지 공급이 미뤄지면 건설사들 사업 일정도 밀리기 때문이다.
◆ 국토부, 택지 발표 '하반기로'…후보지 곳곳 투기정황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신규 공공택지로 울산 선바위, 대전 상서 등 지방 2곳(1만8000가구)만 발표됐다. 당초 발표하기로 했던 14만9000가구에 비해 대폭 줄어든 물량이다.
국토부는 나머지 13만1000가구의 신규 공공택지 발표는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근 신규 택지 후보지에 오른 곳에서 사전투기 정황이 상당수 확인된 만큼 심도 깊은 조사와 경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엔 시장의 관심이 높은 수도권 11만가구 규모 택지도 포함돼 있다.
수도권에 공급할 전체 주택 물량 127만가구 중 공공택지 확보로 공급하는 물량은 84만가구다. 이번에 발표가 미뤄진 11만가구 규모 택지는 그 중 13.1%에 해당하는 양이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15만가구 후보지 발굴을 위한 사전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시점에 거래량, 외지인, 지분거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정황이 발견됐다"며 "투기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일단 발표부터 하고 사후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분석단을 통한 실거래 정밀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성년자‧법인‧외지인의 투기성 거래, 지분쪼개기 거래 등 이상거래를 선별하고 이에 대한 자금출처 소명을 거친다. 이를 통해 탈세와 대출규정 위반,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조처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기 사례의 규모나 정도에 따라 수사가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수사 완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또한 일부 후보지에서 투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을 경우 해당 후보지를 제외하고 다른 후보지를 찾아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 건설사들 '청천벽력'…발표 미뤄져 사업일정 덩달아 연기
택지 공급을 기다려온 건설사들로서는 '청천벽력'이다. 공공택지가 공급돼야 건설사들이 낙찰받아서 주택사업을 진행하는데 택지 공급이 미뤄지면 건설사들 사업 일정도 밀리기 때문이다.
신규 공공택지 사업절차는 ▲국토부 택지 발표 ▲지구지정 ▲토지보상 ▲지구계획승인 ▲토지조성 ▲판매용토지 설계공고 ▲심사 ▲업체선정 순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5.03 sungsoo@newspim.com |
택지가 발표되기 전에 건설사들이 땅을 분양받을 수는 없다. 택지 발표 후 건설사들이 입찰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2~3개월 걸린다는 게 업계 측 얘기다. 또한 건설사가 택지를 낙찰받으면 6개월~1년 후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며 주택 분양도 그 때 할 수 있게 된다.
즉 건설사로서는 택지 발표 후 8개월~1년 3개월이 지나면 주택분양을 하는 식으로 사업일정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택지 발표가 미뤄지면 이 일정이 뒤로 밀리게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필지에 대한 설계공모를 진행할 경우 건설사가 토지사용가능일 6~12개월 전에 당선업체로 선정되는 경우도 있다. 토지사용가능일이란 기반시설공사의 진행상황 등으로 봐서 건축착공이 가능해져 '경제청'이 사업대상지에 대해 토지사용시기를 통보한 날을 말한다.
앞서 LH는 작년 9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6필지(30만528㎡) 및 파주 운정3지구 2필지(9만7727㎡)에 대한 설계공모를 시행했다. 이후 3개월이 지난 작년 12월 동탄2신도시 시공사로 현대건설 컨소시엄(A군), 태영건설 컨소시엄(B군)을 선정했다. 운정3지구의 경우 GS건설 컨소시엄(19BL), 한신공영 컨소시엄(45BL)을 선정했다.
동탄2신도시 총 6필지 중 4필지의 경우 올해 12월 31일(나머지 2필지는 각각 작년 12월 31일, 올해 6월 30일)이 토지사용가능일이다. 운정3지구는 내년 12월 31일이 토지사용가능일이다. LH 설계공모 후 토지사용이 가능해지기까지 최소 약 3개월에서 길게는 2년 3개월 걸리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1년 단위로 택지계획을 내놓으면 건설사들도 거기에 맞춰 사업계획을 잡는다"며 "그런데 이번처럼 택지 발표가 미뤄지면 업체들도 기존 사업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택지에 대한 투기가 재발하면 수습이 어렵기 때문에 투기 재발 위험을 먼저 해결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다만 수사와 투기방지대책 입법화가 너무 늦어지면 건설사들 사업일정도 틀어져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로 주택공급을 하는 일정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단장은 "신규택지 발표가 하반기로 약간 늦어진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규 택지 발표는 올 하반기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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