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잠깐 혹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불가리스를 마셔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면, 각국의 제약회사들이 달려들어 막대한 시간과 예산을 써가면서 백신을 만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남양유업은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를 당했다. 이쯤 되면 남양유업이 서둘러서 해당 발표를 진행한 배경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남양유업은 왜 끝이 보이는 뻔한 '자충수'를 둬야 했을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경영 승계'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남양유업의 홍원식 회장은 아들이 두 명이다. 이 둘은 회사에서 중역을 맡고 있지만 보유한 지분은 없다. 장남인 홍진석 상무는 마케팅과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고, 차남 홍범석 본부장은 외식사업의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고 있다. 차남이 이끄는 '백미당' 브랜드는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식품업계는 보수적인 탓에 장자승계 원칙이지만 장담할 수 없다. 승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종의 무리수를 두도록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불가리스 관련 심포지엄을 열어 언론을 상대로 대대적인 발표를 한 것이 단순히 '실무진'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해당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특히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무려 1년을 넘게 함께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체실험도 아닌 세포단계 실험임에도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발표한다는 것은 임원진의 결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남양유업 측은 '불가리스 사태'에 대해 '묵언수행' 중(?)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 "소비자 오인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는 짤막한 입장만 회사 사이트를 통해 전했다. 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일각에선 소비자 기만, 더 나아가서는 '사기'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비해 사과가 다소 무성의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6조' 사회 환원이 화두다. 때문에 이 회장의 사회 환원과 관련한 발언들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이익이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기업이 지역사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공생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의식'을 뜻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사례다. 짤막한 사과 한 줄만으로 '불가리스 사태'를 면피하려는 남양유업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남양유업은 빼도 박도 못하게 되자 겨우 대국민 사과를 한 이력이 이미 한차례 있다. '2013년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사태' 얘기다. 당시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짤막한 사과를 전했다가 무성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갑질 녹취록이 나오자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이 어쩔 수 없이 사과에 나섰다. '불가리스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지 이미 보름이 넘었다. 남양유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jellyfi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