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빙상종목 선수 인권상황 특별조사 결과 공개
가해자는 지도자…빙상 선수 23명, 성폭력 경험도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쇼트트랙이나 아이스하키 등 초등학생 빙상선수 4명 중 1명은 감독이나 코치로부터 신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빙상선수 23명은 강제 추행 등 성폭행까지 당했다.
15일 국가인원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빙상종목 선수 인권상황 특별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중 신체폭력을 당했다는 응답은 26.2%로 집계됐다. 실업팀 선수는 31.2%, 대학생은 29.4%, 고등학생은 22.1%, 중학생은 20.2% 순이었다.
폭력 중에는 손이나 발로 때리거나 운동기구와 도구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스하키채 3개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 '20분 동안 락커룸에 갇혀서 맞았다', '하키채로 때려서 헬멧이 깨진 적도 있다', '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잡으면 등과 엉덩이, 허벅지 등 안 보이는 신체 부위를 맞았다' 등 응답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문화연대 임정희 공동대표, 체육시민연대 허현미 공동대표 등 체육계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19.01.10 mironj19@newspim.com |
초등학생 빙상선수 28.3%는 욕이나 비난, 협박 등 언어폭력도 당했다. 중학생은 19.9%, 고등학생은 25.9%, 대학생은 50%, 실업선수는 75%가 언어폭력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생 피겨선수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운동을 갔다 온 자녀가 '엄마, X신 같은 X이 무슨 뜻이야. X신 같은 X이래, 막'이라고 얘기했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신체폭력 가해자는 대부분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였다. 폭력 장소는 스케이트장과 락커룸, 기숙사 등 일상 공간이 주를 이뤘다.
운동 중 성폭력을 경험한 선수도 23명에 달했다. 초등학생 7명, 중학생 2명, 고등학생 5명, 대학생 2명, 실업선수 7명 등이다. 마사지와 주무르기 등이 4건이었다. 가슴이나 성기 등 강제추행도 3건에 달했다. 신체 부위를 몰래 또는 강제 촬영당한 경험은 1건, 강제 키스나 포옹, 애무, 성관계 요구 피해도 각 1건씩이었다.
피해 선수들은 "살쪘다고 하면서 겨드랑이와 가슴 위를 만져요", "자세 잡아주려고 만지는 거랑 의도하고 만지려고 자세 잡은 척하고 만지는 거랑 느낌이 달라요", "이 사람이 의도적으로 만지는구나 했던 적도 있다" 등의 진술을 했다.
성폭력 피해 선수 대부분은 아무런 대처를 못하거나(11명), 괜찮은 척 했다(12명)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스포츠 분야 중에서도 빙상 종목이 유독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의 성폭력 사건,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 폭력에 시달린 여자 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이탈,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의 중학생 제자 성폭행 사건 등이 계속 발생해도 빙상계는 개인 일탈 사건으로 덮고 지나갔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빙상 종목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한 이유로 지도자에게 과하게 준 선수 선발권 및 대학 특기자 추천, 일부 지도자들의 빙상장 독점적 사용,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무능 또는 묵인 관행 등을 지목했다.
인권위는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에게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교육부 장관에게는 학교 밖 개인코치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는 징계를 받은 지도자 취업을 제한하고 빙상장 독점화를 깨기 위해 공공체육시설 개방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빙상 종목은 빙상장을 기반으로 육성되기 때문에 학생선수 대다수가 학교 밖 개인코치에게 훈련을 받아 학교운동부 중심 인권침해 예방 체계 밖에 존재한다"며 "개인코치에 대한 교육과 자질 검증 등 관리 감독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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