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세열의 '은유의 섬'에선 땅에 떨어진 쓰레기 조각도 작품이 된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학고재에서 개인전 '은유의 섬' 5월 5일까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작품을 한참 들여다볼 수도 있고,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그건 작가의 몫이다."

4년 만에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오세열(76) 작가는 최근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전 '은유의 섬'에는 멀리서도 보고 싶고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이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세열 작가 [사진=학고재] 2021.04.09 89hklee@newspim.com

오세열 작가의 '은유의 섬'은 학고재에서 8일부터 오는 5월 5일까지 관람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내면의 가치를 고민해 보자는 의도로 마련됐다.

전시장을 채운 42점의 작품은 '내면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이는 곧 작가의 삶을 반영한 결과물들이다. 여섯 살이 되던 해 한국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폐허 한가운데서 유년기를 보낸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일로 지친 생활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의 동심이 살아 숨쉬는 작가로, 인간의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작가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의 작품 중 검은색 캔버스로 가득 채운 것은 칠판을 떠올리게 한다. 그 위에 낙서하듯 소꿉장난하듯 1부터 10까지 빽빽하게 숫자들이 나열되거나 끝도 없이 뻗어가는 시원한 선들도 이어진다. 이 화폭은 아이의 마음도, 넓은 노인의 마음도 담겨 있어 다양한 관람객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오세열 작가 [사진=학고재] 2021.04.09 89hklee@newspim.com

이러한 오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 위에 단색조 물감을 덧쌓아 올린 후 송곳이나 날카로운 면도 칼로 긁어내는 행위의 반복이다. 색으로 덧쌓아진 캔버스 위에 뾰족한 도구로 선을 그리고 숫자를 쓰는 활동은 다른 작가와의 차별화이기도 하지만, 화면을 본인의 몸이라 생각하며 어린시절 겪은 아픔으로 은유된다.

그는 "과격한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내 몸에 상처를 낸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린다. 캔버스를 몸이라고 생각하고 못이나 면도날 같은 도구로 긁어낸다"고 말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숫자들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단지, 숫자와 떨어져 지낼 수 없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오 작가는 "살면서 숫자에 파묻혀 산다"며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기 보다 떨쳐내고 싶어도 떨쳐낼 수 없기에 반복해서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부터 10까지만 쓴 건, 11부터는 어차피 똑같이 생겨서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무제 Untitled, 2021, 캔버스에 혼합매체 Mixed media on canvas, 91x72.5cm [사진=학고재] 2021.04.09 89hklee@newspim.com

그는 꽃과 풀을 그림의 소재로 자주 쓴다. 작업실이 양평 용문산 근방에 있다보니 들풀과 꽃을 눈여겨 보게되고, 이는 자연스레 캔버스 위로 올라간다. '꽃'을 그리는 작가는 많고, 꽃에 대해 아는 관람객도 많다. 그렇기에 창작자들에게 '꽃'은 좋은 소재일 수도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오 작가는 "작가는 발상과 표현을 놓고 싸운다"며 "꽃을 그리는 사람은 많다.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일상의 오브제들로 콜라주하는 작품도 흥미롭다. 배달 음식을 시켰을 때 들어있는 작은 칼도 오 작가의 캔버스 위에서는 작품이 된다. 땅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도 허투로 보지 않고 존재의 의미를 담아내는 오 작가의 섬세한 면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걷는 걸 좋아하다보니 걸으면서 땅을 많이 보게 된다"며 "발에 치이는 돌멩이, 작은 쓰레기 조각들 중에 재미난 모양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누군가 버린 것들을 주워서 의미 없는 조각에게 역할을 주는 거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뜻밖의 것을 찾는 재미로 나는 기쁘고, 그것들이 새로운 존재가 되도록 도우니 사물도 기쁘다"고 덧붙였다.

89hklee@newspim.com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李대통령 오늘 '첫 청와대 국무회의' [서울=뉴스핌] 김종원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세종실에서 케이티비(KTV)로 생중계되는 56회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어떤 발언을 하고 국무위원들과 어떤 발언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본관에서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참모진과 아침 차담회(티타임)를 주재하며 주요 현안과 업무 계획을 보고받았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 이전 후 첫 국무회의가 대국민 생중계로 진행되고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이기도 해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고 내각에 주문할지 관심사다. 청와대 출근은 이튿날이지만 내각의 전체 국무위원이 모두 참석한다는 의미에서는 사실상 청와대 이전 후 이재명 정부의 첫 상징적인 대국민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29일 오전 첫 일정으로 청와대 지하벙커인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안보와 재난 분야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청와대로 이전과 함께 집권 2년차를 시작하는 병오년 2026년 새해 공식 일정도 예정돼 있겠지만 다시 청와대 시대를 여는 첫 국무회의의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인 여민1관에서 주한 베냉공화국 대사 내정자 아그레망를 청와대 이전 후 첫 재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특히 국무회의 생중계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공개성, 책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민과 함께 국정의 철학을 공유하고 공직사회에 긴장도를 불어넣는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가 손꼽는 큰 성과 중에 하나다. kjw8619@newspim.com 2025-12-30 06:45
사진
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일이며 실체파악 잘 못했다"라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0 yym58@newspim.com   2025-12-30 10:27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