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관계에 대한 입장 밝힐 수 없어…다시 한번 판단달라"
"합동감찰, 수사 관행 전반적 검토로 개선의 계기 삼을 것"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과 관련해 최근 대검찰청의 무혐의 결정을 뒤집고 대검 부장회의에서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가운데 법무부는 "기소를 하라거나 총장대행의 권한을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다시 한번 판단을 해달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은 17일 오후 4시 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2층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사건은 그동안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자의적 사건 배당 및 의사결정 문제가 드러나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법무부 차원에서 모해위증 교사가 있었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냐'란 질문에 대해선 "실체적 판단 즉, 혐의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기록을 봤냐 안 봤냐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장관의 입장은 기소를 해라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판단하라는 취지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서 차장이 결정해주길 바란다는 그런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례를 언급하며 "작년 같은 경우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내용이었지만 여기서는 총장대행의 권한을 배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검 부장회의를 거치라는 것은 방법론상 지휘로 기소할지 여부는 대검에서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장관도 기록을 보면서 사건에 대한 심증이 있다고 얘기했지만 밝힐 경우 암시가 돼 대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늘의 수사지휘가 조심스러운 이유다. 혐의 유무 등 장관의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명숙 전 총리가 2019년 6월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조문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6.13 leehs@newspim.com |
◆ 다음은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과 류혁 감찰관과의 일문일답.
-3월 23일 중앙지검 11층 복도에서 우연히 만났다는 증언 등 이 부분만 위증이라고 본 것인가?
▲2월과 3월 당시. 법리적으로 포괄일죄로 한다. 앞의 공소시효가 끝났고 뒤의 부분이 살아있으면 앞에도 같이 기소할 수 있는 포괄일죄다. 3월 6일 공소시효 완료와 3월 22일 공소시효 완성되는 사람이 있는데 22일 만료되는 사람의 경우 대략 현재 문제되고 있는 위증 사실 숫자가 세기 힘들다. 17개 정도 되는데 2월 21일자가 14개, 3월 23일자가 총 3개 항목으로 돼 있는데 취지 자체는 두 꼭지라고 보면 된다.
-그게 이 두 가지인가?
▲그렇다. 3월 23일자 혐의가 전체적인 기소 가능 여부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쳐서 그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합리적 의사 결정 관련 대검 예규를 보면 부장회의 외에 전문수사자문단 등 합리적 자문 기구를 거칠 수 있게 돼 있다. 굳이 대검 부장회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아무래도 검사장급 부장의 경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내외부 전문가 그룹인 검사자문단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안의 경우 감찰부 내에서도 대립이 있었다. 수용 가능성이 있는 모델을 찾아야 했다. 물론 대검 부장들 역시 성향에 따라 판단할 수는 있지만 부장들 나름의 식견과 경험, 가치 중립적 판단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합동감찰을 지시했는데 수사 과정이 10년도 더 된 상황에서 징계 시효가 남았는지?
▲감찰 시효는 3년이다. 징계시효에서 수사팀 3년 도과이긴 하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면 장관의 경고가 가능하다. 수사팀에 대한 문책보다는 수사 관행 개선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잘 해 보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사건은 10년 전 사건이긴 하지만 현재 드러난 여러 문제는 검찰의 직접 수사와 관련이 있다. 앞으로 검찰이 수사지휘 기관이 되도 경찰 등이 이런 식으로 수사할 때 수사 결과를 받은 검찰이 소추권 행사에 있어 이런 수사 관행을 용납할 것이냐 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물론 10년 전 수사를 지금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 등을 앞으로 계속 지속해야 하느냐에 대해선 법무부 내부에서도 토론을 했지만 이의제기가 없었다. 그래서 단지 이 사건뿐만 아니라 적절하지 못한 수사 관행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개선의 계기를 삼고자 합동감찰을 하게 됐다. 당연히 법무부에서 적절하게 조치가 이뤄지도록 장관이 지시해야 해서 합동감찰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오늘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에는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 등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과정을 보면 추미애 전 장관 지시로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고, 임은정 검사도 참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임 검사 의견을 들어서 감찰3과장에게 처리하라고 했다. 조사 내용이 다 반영이 돼 최종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고 보는데 결정적으로 어떤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봤는지?
▲작년 대검 기조부장으로 근무하며 수사지휘를 받는 위치였다. 지금은 거꾸로 됐다. 대검과 법무부 간 한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법무부는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는 반면 대검은 재소자의 단순 의혹 제기를 모두 감찰하면 사건이 넘쳐난다는 입장이다. 개인적 소견은 이른바 전현직 검찰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논란이 따라오는 만큼 엄정하고 심도있게 처리해야 한다. 대검 감찰부장은 개방직이고 판사 출신이 왔다. 가능한 내부 관련자들의 의혹에 대해선 좀 더 엄정한 잣대로 해야 하고 그럴 필요가 있다. 감찰직도 개방직으로 해서 엄정하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부라도 더 세게 해달라고 요청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단순히 '된다' '안 된다' 편차가 있지만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검사들이 사건을 처리했다고 해서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까 하는 고민이 늘 있다. 저도 작년에도 지금도 가능한 더 엄중히 하자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리는 처분에 대해 신뢰 문제는 늘 물음표다. 사건 처리 과정을 보면 더 세게 해야 함에도 자꾸 특정 검사는 안 된다 하니까 이렇게 온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감찰 과정이나 내용에 대해 지금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진상 확인 중에 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서로 간에 이견도 있는 만큼 진술이 엇갈리지만 문제점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진상을 확인 중이다. 나중에 결론이 나올 것이다.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의심받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대검 부장이라도 검사장급들이다. 나름 자기의 영역과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온 분들이다. 검사장을 달 정도면 이미 검증을 거친 분들이다. 물론 사건에 대해 입장과 가치관, 시각 등이 다를 수 있다.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 등 언론의 문제제기를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일곱 분 모두가 나름 자기의 양심과 가치중립적 판단을 믿는다.
-자료를 보면 과정에서의 절차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모해위증교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단순히 절차 문제로 수사지휘를 내린 것인지, 기록 검토를 완료한 것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일단 장관은 몇 주 전에는 실무자급과 다 같이 회의를 했다. 어젯밤에도 했다. 전날에는 개인적으로 6600페이지의 기록을 다 보셨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실국장 회의를 했다. 여러 채널을 통해 여러 의견을 법무부 내에서 나눈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체적 판단, 혐의가 되는지 여부를 내부 기록을 봤느냐 혹은 피상적으로 누구 의견을 들어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장관의 입장을 여기서 내긴 어렵다. 이번 수사지휘의 취지는 기소를 해라 말라 취지가 아니라 다시 한번 판단을 해달라는 취지다.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잘 결정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지휘권행사 요지는 대검 부장회의를 토대로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검 부장회의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구속되라는 취지의 행사인가? 대검 부장회의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인가?
▲수사지휘에는 내용적 지휘와 방식적 지휘가 있다. 작년에는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는 총장대행의 권한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대검 부장회의를 거치라고 하는 것은 방법론상이다. 내용적으로 기소 여부는 순전히 대검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대검 부장회의가 기소 의견을 내도 총장대행이 불기소를 했을 때 수사지휘권에 법률적으로 반하게 되는 것인가?
▲대검 부장회의에 구속력은 없다. 방법론적 토대로 합리적으로 최종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달라는 의미이다. 만약 안 할 수도 있겠죠. 그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자동적으로 한다, 안 한다 예측하기 어렵다.
-대검 부장회의 아이디어는 장관이 직접 낸 것인가?
▲그렇다. 장관이 직접 합리적 의사결정 관련 지침을 보고 선택했다. 여러 아이디어는 이미 보고가 올라갔고 그 가운데 모델은 장관이 선택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안 했다는 것인가?
▲기록을 보면 심증은 형성된다. 다만 그것을 갖고 공식 의견으로 대검에 제시하며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기록에 대해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기 나름인데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검 부장회의에서 그대로 무혐의 결론이 나올 경우 장관은 수용한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불기소 결정이 나와도 그런가?
▲그렇다. 만약 기소하라고 하면 이번에 지휘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자율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어서 가능한 다시 판단해 달라는 취지로 수사지휘한 것이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보면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이 임은정 검사가 의사 결정 과정이나 조사 담당자로서의 심증 또는 결론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는 것이 공무상 비밀누설이고 감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판단은?
▲그것에 대해 견해를 밝히지 못한다.
-한 전 총리 사건도 수사 진행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수사지휘로 합동감찰을 하겠다고 했다. 절차적 진행 관련 사안이다. 이 부분은 감찰 대상이 아니라서 지시하지 않은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대검 감찰부에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고발당한 것으로 안다. 나름의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합리적 의사 결정 방식 중 대검 부장회의로 결정된 배경에 공소시효가 5일 정도로 기한이 임박한 상황도 고려된 것인가?
▲사실 전문수사자문단은 절차적으로 시간이 걸린다. 감찰부 내부적으로도 찬성과 반대가 있다. 장관은 권위 있는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무엇이 좋겠냐는 측면으로 봤을 때 대검 부장회의가 현존하는 가장 의미 있는 협의체라고 생각했다.
-대검 부장회의가 결론을 기소 방침으로 내린다면 공소시효와 관련해 시간적으로 충분하다고 보는가?
▲오늘이 수요일이니 금요일 저녁에 회의하고 월요일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본다.
-장관이 직접 발표하지 않고 인권국장과 감찰관이 대신한 이유는?
▲내용 관련해 실무적으로 설명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이외 다른 사건도 부적절한 관행과 관련해 감찰하겠다고 했는데 염두해 둔 사건이 있는가?
▲인지 사건 관련 수사 착수 과정이나 방식, 이후 사건 관련 조사 방식 등 직접 수사와 관련해서는 비판 제기가 많지 않다. 마약 수사와 같이 여러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사에 있어선 공정성 부분에 의심의 여지가 많다. 이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불기소 여부와 무관하게 10년 넘게 끌어온 사건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계기를 삼자는 취지로 합동감찰을 하자는 취지다. 이런 식으로의 수사 진행은 안 되지 않는가. 여러 차례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제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수사를 안 하게 됐지만 송치를 받게 되니까 공정성에 대한 의심, 비판을 받게 될 관행에 대해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은 10년 전 사건이다. 이렇게 사식을 넣거나 하는 수사 관행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보는가?
▲일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확인된 것은 없다는 것인가?
▲인권침해 진정은 수시로 검찰에 접수되고 있다. 대검 감찰부에서 면밀히 검토하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공소시효가 남은 증언 부분에 대해 장관은 기록을 보고 문제가 있다는 심증을 가질 만한 판단이 있었다고 보면 되는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모순이 있다고 본 것인지?
▲사실 6600페이지다. 기록을 다 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심증이 있다고 살짝 얘기하기는 했지만 뭐라고 말하기 그렇다. 대검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암시가 될 수 있다. 오늘 수사지휘가 조심스러운 이유다. 기소 해라 말라 암시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혐의 유무가 어떤 점이 되는지 장관이 얘기를 하면 바로 대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것은 말하기 어렵다.
-이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전체적인 문제점을 보려면 당시 수사팀 조사가 필요한데 현직에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감찰 권한이 없다. 어떤 식으로 하는가?
▲임은정 연구관이 상당히 조사한 부분이 있다. 방대하다. 감찰관실이라 실체에 대해선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여러 관련자가 있고 다 조사하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접견 기록이나 객관적 상황에 의해 확인된 부분들이 있다. 일부 보도가 사실인 것도 있고 시각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인 부분에 있어 관행에 대한 부분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방금 답변은 어느 정도 결론을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냈다는 의미인가?
▲실체는 말하지 못하고 수사 관행 부분에 대해선 유지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감찰관실은 이런 부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일치된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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