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구리 표면을 제어해 360가지 색상을 구현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구조물리 연구단 이영희 단장(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이 부산대(정세영 교수), 성균관대(최우석 교수)와 구리의 표면 산화층을 조절해 360가지 이상의 총천연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면적 구리 박막 산화층을 1~2 나노미터 두께 수준으로 조절한 연구는 최초다.
단결정 구리 박막의 색지도[사진=IBS] 2021.03.11 memory4444444@newspim.com |
구리는 붉은 갈색을 띠었다가 산화 시 청록색을 띤다. 자유의 여신상을 비롯한 구리 합금 동상이 청록색인 이유다.
금속 산화는 현재 과학기술로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숙제 중 하나인데 그중에서도 특히 구리의 산화는 규칙성이 없어 방향성 제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선 원자 수준으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박막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원자 스퍼터링 에피택시(Atom Sputtering Epitaxy)' 장치는 원자 단위로 구리를 적층해 기존의 박막 결정성장 장비에서 구현할 수 없는 0.2nm 두께의 극도로 평평한 단결정 구리 박막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같이 얻은 구리 박막을 이용해 구리의 산화 방향을 제어하고 산화층 두께를 원자층 수준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균일하게 산화된 구리 표면은 산화층 두께에 따라 선명한 총천연색을 띠었다. 이는 구리와 산화층 사이 경계에서 반사되는 빛이 산화층 두께에 따라 다른 파장을 갖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연구진은 레이저를 이용해 표면을 국소적으로 산화시키는 산화-식각(oxide-lithography) 기술을 선보였다. 이는 산화를 식각 기술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다.
연구진이 성장시킨 단결정 구리 박막은 레이저 열에 영향을 받아 부식된 색을 보이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가공에 의한 투명산화층, p형 반도체 영역 삽입도 가능하다.
여러 이미지를 금속 표면에 새길 수 있어 향후 복제 불가한 암호식각, 반도체 소자 제작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구리의 산화를 완벽하게 제어해 학문적·산업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연구진은 향후 구리를 산화시켜 투명한 p형 산화물 반도체로 활용하는 연구와 산화 식각을 통해 기존 방식과 전혀 다른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신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지난 9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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