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작년 8월 기습 공격으로 차지했던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점령지를 조만간 다시 러시아군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르스크 점령지를 모두 잃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향후 전개될 종전 협상에서 사용하려 했던 최대 카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전략 요충지 수자 마을을 중심으로 300㎢ 정도의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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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최대 요충지인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제14공격여단 소속 포병 부대가 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8일 수자 마을로 연결된 가스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후방 기습 작전을 벌였고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들었다.
러시아 특수부대 800여명은 폭이 4.5피트(약 1.37미터) 정도인 파이프라인을 통해 16㎞를 걸어 우크라이나 방어선 후방에 침투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은 파이프라인 안에서 메탄 가스에 중독돼 사망하는 등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수자 지역에 들어온 병력은 90명에 불과했지만 우크라이나군에 적잖은 타격을 가했다.
러시아군은 이번 작전을 '영웅적 위업'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쿠르스크 지역 러시아군 부대장인 압티 알라우디노프 중장은 11일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우리는 수자를 거의 모든 방면에서 포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한 때 서울 면적(605㎢)의 2배가 넘는 1300㎢ 정도의 땅을 점령했지만 지금은 점령지가 289㎢로 줄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군사 분석가 이안 마트비브는 텔레그램에 "화요일(11일) 오후 현재 우크라이나 군은 프셀 강을 건너 마을 동쪽에서 후퇴했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수자 서쪽에서 방어를 시도할지 아니면 서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계속 후퇴할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자 주변 방어선이 빠르게 무너지면서 점령지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의 결연한 시도가 종언을 예고하고 있다"며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주둔이 며칠 내로 끝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쿠르스크 기습과 점령 전략을 옹호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 땅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럴 가능성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작전상 후퇴 정도가 아니라 대패(大敗) 분위기가 급격히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ihjang6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