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김종인, 자당 후보 패배를 전제로 한 발상"
윤 "야권 맏형 다운 품 넓은 정치 필요해"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와 국민의힘의 '기호 전쟁'이 시작되자 홍준표·윤상현 무소속 의원이 "기호나 숫자는 전혀 중요치 않다"며 "중요한 것은 오직 후보"라고 주장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후보가 2번이냐, 4번이냐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자 야권의 중진 의원들이 중재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홍준표 무소속 의원(좌)과 윤상현 무소속 의원(우). [사진=뉴스핌DB] 2021.03.02 taehun02@newspim.com |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 단일화를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에게 2번을 달고 뛰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이미 자당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패배주의 발상"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오늘부터 국민의힘 후보들이 경선 여론조사를 시작했는데, 그 후보들을 칭찬하고 격려해야지 야권 단일화 경선을 하기도 전에 자당 후보의 패배를 전제로 안철수 후보에게 2번 달고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는 마치 프랑스 외인부대를 연상시키는 잘못된 메시지"라고 일갈했다.
안 후보가 전날 금태섭 예비후보와의 제3지대 경선에서 승리한 후 정가의 관심은 안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의 최종 단일화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특히 안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하고 최종 단일후보가 됐을 때 국민의힘 기호인 2번으로 나서느냐, 아니면 국민의당 번호인 4번으로 출마할 것이냐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투표용지에서 더불어민주당 다음인 두 번째 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에 기호 번호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안철수 후보가 야권 최종 후보로 선출될 경우 기호 2번으로 출마하지 않으면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제1야당 대표로서 "안철수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다면 서울시장 선거를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안 후보를 거듭 압박했다.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우) 2021.01.07 kimsh@newspim.com |
그러나 야권 내부에서 야권 단일화가 중요하지 기호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기호 10번으로 출마해 당선됐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후보 안·금 단일화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가 승리하자, 또다시 국민의힘 측에서 입당론이 나오고 있다"며 "기호 2번을 달고 나가야 당선된다는 주장인데, 이는 근거도 없으며 단일화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기호나 순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직 후보"라며 "10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기호 10번에 투표용지 네 번째 칸에 있었지만 53%의 득표로 당선됐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이어 "아름다운 화합의 단일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1년짜리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조차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을 보이면서 어떻게 내년 대선 정권교체를 기대하겠나"라며 "단일화를 해도 보수는 품격있고 다르다는 평을 받아야 한다. 정통 보수정당으로서, 야권의 맏형다운 품 넓은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 역시 "박원순 전 시장도 기호 10번으로 당선됐다. 단일화만 잘 되면 (기호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 내부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24일 비공개로 국민의당 당사를 방문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 후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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