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뉴스핌] 남효선 기자 = 40여년 전 술에 취해 '김일성 만세삼창'을 외쳤다는 이유로 체포돼 처벌을 받은 전직 교사가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지난달 27일 옛 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9년 처벌을 받은 A씨 유족이 제기한 재심 청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로고[사진=뉴스핌DB] 2021.02.16 nulcheon@newspim.com |
월성군(현 경주시)의 한 중학교 사회 교사로 재직하던 지난 1979년 8월3일 A씨는 이웃 주민들과 술을 마시던 중 '김일성 만세'를 세차례 외쳤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됐다.
당시 A씨는 수사기관에 "술을 마신 사실은 기억하지만 '김일성 만세'를 외친 사실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고, 대부분 참고인들도 A씨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일부 목격자 진술을 근거로 A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당시 판결로 A씨는 교사직을 잃고 수사과정의 고문 후유증 등으로 왼쪽 청력을 잃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가 2005년 지병으로 숨졌다.
A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수사기관에 일주일간 불법 구금돼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유족은 지난 2019년 6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6월 재심을 시작했다.
법원은 7개월간의 심리 끝에 "피고인의 자백 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해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A씨가 '김일성 만세'를 외친 행위가 진의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며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민변은 논평을 내고 "피해자 중심적 접근으로 인권침해를 적극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의미 있는 판결을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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