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도 정비사업에 시장 반응 어두워
주민 호응 없으면 25번째 대책도 무용론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가 시장에 먹혀들까.
최근 정부는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이라며 '2·4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 계획한 물량 이외에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32만가구를 더 짓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 물량은 분당신도시 3개와 맞먹는 규모다.
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정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급된다면 공급부족에서 초래된 집값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로선 기대보다 불안감이 큰 게 사실이다.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등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공공주도 사업 방식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일각에선 정부의 계획이 시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분위기도 감돈다.
'2·4대책' 공급방안의 핵심은 수도권 택지지구 지정과 공공주도 정비사업·역세권 개발이다. 경기도와 인천지역서 추진하는 택지지구 개발이야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농경지와 비닐하우스를 수용해 개발하면 가능해 사업에 걸림돌이 크지 않다.
새롭게 선보인 정비사업이 방식이 시장에 호응을 받을지가 의문점이다. 전체 공급계획에 절반 자치하기 때문에 이 사업계획이 틀어지면 대책의 실효성이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공주도 방식은 재건축과 재개발 방식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와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나뉜다. 사업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사업 시행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동일하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단기간에 끝내주고 용적률과 기부채납 등에서 인센티브 주는 대신 집주인은 적정 수익성을 보장받고 사업 과정에선 크게 관여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현재로선 이같은 사업 방식에 큰 호응이 없다. 집주인은 정비사업 과정에 배제돼 자신들의 의견이 개발 과정에 반영되기 어렵다. 소유권 행사가 힘들다보니 공공주도 개발사업에 부정적인 반응이 큰 것이다.
개발에 따른 수익 배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가 정비사업측이 생각하는 기본 수익에 10~30%포인트(P)를 더 얹어주겠다지만 기본 수익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도 불분명하다. 개발이익을 정부와 집주인, 세입자가 나누고 생활 편의시설 개발에도 사용할 방침이어서 해당 사업장 소유자가 손에 쥐는 혜택은 기대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유 주택의 정비사업이 살면서 한 번 정도 밖에 경험할 수 없는 이벤트인데 규제와 기대수익률 하락을 감수하며 공공과 손잡을 이유가 크지 않아 보인다.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고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 사업장의 소유주들은 일부 동참할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크고 자금 조달능력을 갖춘 대단지 사업장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번 대책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생각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평소 변 장관이 주장했던 역세권 개발을 포함해 수익 공유형 정비사업 방식이 대거 포함돼서다. 규제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다. 공공 직접시행이란 사업방식을 새로 만들어 여기에 참여하는 사업장에는 조합이 평소 요구하던 혜택을 준다. 물론 개발이익은 다수가 나눠야한다. 반면 일반 정비사업에는 혜택이 없다. 앞으로도 규제 완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 직접시행 방식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정비사업을 더 옥죌 필요가 있어서다.
공공주도 만으로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민간시장의 규제 완화는 철저하게 외면되고 있다. 어찌 보면 고집스러울 정도다. 정부가 계획한 공급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집값 안정화는 이번 정권에서는 보기 어려울 듯하다. 이번 특단의 공급대책이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변 장관의 주장처럼 체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