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대법 "허위사실 전파가능성 증명 못하면 명예훼손 처벌 못해"

기사입력 : 2021년01월24일 09:00

최종수정 : 2021년01월24일 09:00

통화 끊긴 지 모르고 직원 배우자 험담해 모욕
법원 "전파가능성, 검사의 엄격한 증명 필요"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전달해 상대방에게 모욕을 느끼게 했어도 발언의 전파가능성이 증명되지 못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에 환송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으로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 적시의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전파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직무상 비밀유지 의무 또는 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이나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비밀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돼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발언자와 상대방, 피해자와 상대방이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이 직무상 특수한 지위나 신분을 갖고 있는 경우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관계나 신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은 "그런데도 원심은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해 검사의 증명을 요구하거나 별다른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죄는 그 행위를 '공연(公然)히' 해야 성립한다. 사적으로 특정 소수인에게 유포시킨 경우에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형법적 용어로 '공연성(公然性)'이라고 한다.

법원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2014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관광버스회사 사무실에서 친구 여모 씨에게 피해자 A 씨에 관해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가 장애인이다"며 "(A 씨와 사실혼 관계이자 회사 운전기사인) B 씨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그런데 이년이"라고 말함으로써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박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B 씨의 임금을 가불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박 씨는 거절했다. 대화가 끝난 뒤 통화가 끊어지지 않았지만 이런 사실을 몰랐던 박 씨는 옆에 있던 초등학교 동창 여 씨의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박 씨가 여 씨에게 한 발언의 내용은 사실과 달랐다. A 씨는 B 씨와 이혼하기는 했지만 아들이 장애인은 아니었다. 또 B 씨가 박 씨로부터 임금을 가불해 A 씨에게 가져다준 사실도 없었다.

박 씨는 발언 장소에 친구 여 씨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고, 이후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여 씨도 법정에서 A 씨와 관련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1심은 박 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박 씨의 발언이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대법은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SKT '유심 교체' 북새통...내 차례 올까 [인천=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 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인천의 한 대리점에서 고객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SKT는 사이버침해 피해를 막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600여곳의 T월드 매장에서 희망 고객 대상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진행한다. 2025.04.28 yooksa@newspim.com   2025-04-28 12:12
사진
"화웨이, 엔비디아 H100 능가 칩 개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중국 화웨이가 미국이 수출 금지한 엔비디아 칩을 대체할 최신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해 제품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지 시간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화웨이가 일부 중국 기술기업에 새로 개발한 '어센드(Ascend) 910D'의 시험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어센드 910D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르면 5월 말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21일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칩 910C를 내달 초 중국 기업에 대량 출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제공해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훈련 모델용으로 엔비디아 칩에 필적하는 첨단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B200 등 최첨단 엔베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H100의 경우 2022년 제품 출하 전에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4.28 kongsikpark@newspim.com kongsikpark@newspim.com 2025-04-28 12:2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