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성추행 의혹 취재차 몰래 들어간 혐의
"공소사실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 선처 호소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당시 서울시청 사무실에 몰래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기자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21일 오전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일보 기자 정모(45) 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은 초범이고 자백하고 있다"면서도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합법적·상식적 취재는 보호돼야 하나 불법적 취재에 있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물어 취재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6월을 구형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yooksa@newspim.com |
변호인은 "피고인은 현재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당시 취재차 여성가족정책실장을 만나러 갔다가 문이 열려있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취재하던 내용은 지금도 문제되고 있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으로 서울시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인의 과욕을 인정하나 이런 행위가 크게 처벌받는다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정신이 위축되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며 선처를 구했다.
정 씨도 최후진술에서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일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고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법과 질서를 지키며 성실히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가져온 저는 큰 자괴감을 가졌다"며 "앞으로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정 씨는 서울시 취재를 담당하던 지난해 7월 17일 오전 7시 경 관리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시청 본청 9층에 있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집무실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여성가족정책실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성추행 의혹 사건 조사를 위해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었고 정 씨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책상 위 문건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 직원에게 적발됐다.
이후 서울시는 정 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정 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정 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한편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사건 이후 해당 매체의 서울시 출입 등록을 취소하는 기자단 제명을 징계했다.
정 씨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내달 18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