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공개한 북극성 3·4형과 어떤 차이인지도 판단 어려워"
"신형 SLBM을 지상 기반으로 개조해 활용할 가능성은 있어"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지난 14일 열린 북한의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추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공개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속임수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나왔다.
조셉 버뮤데즈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위성분석 선임연구원 겸 한국석좌는 지난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라고 과시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의 열병식에서 '북극성-5ㅅ(추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공개됐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버뮤데즈 석좌는 "이번에 공개한 SLBM의 전투부 덮개 모습이 기존과 달라졌지만, 북한은 항상 이 같은 행사에서 위장, 은닉과 속임수를 활용했다"며 "따라서 단순히 전투부 덮개의 외형만으로 역량의 차이를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속임수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소장도 "이번에 공개한 SLBM이 외형에 조금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극성 3, 4형과 어떤 차이가 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탄두를 싣는 부분이 조금 길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에 비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화성 3형 또는 2형을 기반으로 한 설계에서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지 않아 무기체계와의 통합성 등의 불확실 요소가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실전 역량이 있는지 분석하기도 어렵다"고도 말했다.
지난 1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총비서가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의 열병식에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다만 이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SLBM을 지상형으로 개조해 활용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버뮤데즈 석좌는 "북한이 이번 미사일을 지상 기반으로 개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위성사진에서 북한 내 해상과 지상 기반형 미사일을 상호운용하려는 목적의 기반시설 건설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미 북한이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형차량(TEL)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이런 방향성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라며 "이번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지만 사실일 경우 지상기반으로 개조하는 것이 미사일의 생존성 측면이나 운용 비용면에서 훨씬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소장도 "이번 미사일을 잠수함에 탑재하지 않더라도 향후 북극성-2형 처럼 지상기반으로 개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LBM을) 지상기반으로 개조하더라도 기존 화성-12형과 차별성이 없다"며 "이는 미사일 공개 의도가 이웃나라들에 대한 위협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한편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SLBM의 위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SLBM을 포함해 이번에 선보인 신형 무기들이 모두 가짜일 수 있지만 실제 역량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며 "나 역시 재직 시절 절대 북한이 과시하는 잠재적 역량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행사를 뒤늦게 녹화 형식으로 선별적으로 공개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역량 과시보다는 외부를 대상으로 대화를 주도하고 신호를 보내는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에 관여하기 앞서 압박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직접적 위협은 가하지 않으면서 관심을 집중하길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