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형성과정에 군 불법개입…엄중한 책임 불가피"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 고려, 법정구속은 안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MB정부 당시 부대원들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댓글 공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군 간부가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재 교정시설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와 피고인이 만 67세 고령으로 여러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할 것이라는 사정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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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과거 군사정변을 통해 정권이 수립된 아픈 경험 이후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군의 정치개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헌법 제5조제2항에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며 "국가기관이 특정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여론 형성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며 어떤 명목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장기간 정치관여 행위를 통해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했고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했다"며 "범행이 밝혀지자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 등을 초기화해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진상 은폐 및 축소행위를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의 정치적 개입행위 재발을 막고 정치적 중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실무 책임자인 피고인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전 단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530 단장으로 복무하면서 부대원들과 공모해 인터넷사이트 및 SNS 등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댓글을 작성하거나 리트윗하는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부대원들에게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을 초기화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받았다.
1심은 이 전 단장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2심은 부대원들이 작성한 총 1만1853건의 게시글 중 3327건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의견으로 보기에 명백하지 않다며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또 이 전 단장이 직접 작성한 470개의 게시글 중 29건에 대해서도 무죄로 보고 징역 1년6월로 감형했다.
이에 검찰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 1732건과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글' 425건 등 총 2157건에 대해 상고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8년 6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현직 대통령 또는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옹호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은 군형법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해당한다"며 "주된 취지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라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