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라지 "한국이 미국 압력에 굴복해 이란 자금 동결"
"양국관계 정상화되면 한국 기업에 투자기회 열릴 것"
동결 자금 해결 없이 선박·선원 조기 석방 어려울 듯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이란 외무장관(1997~2005년)을 지낸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FPSC) 위원장이 11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하면서도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르라지 위원장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이다. 하메네이는 이란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 지난 4일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혁명수비대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휘하에 있다.
카말 하르라지 이란 외교정책전략위원장 [사진=IRNA 통신 홈페이지 캡처] |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르라지 위원장은 이날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등 한국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과거 양국 간에는 좋은 관계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불행히도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압력을 받아들여 이란 자산 70억달러가 한국 은행들에 동결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이란이 의약품을 구매하려는 목적으로도 이 돈을 인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르라지 위원장은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이 지난 수년간 이란에서 좋은 기회들을 잃었다면서도 향후 양국관계가 정상화되면 한국 기업들은 이란 내 생산 참여, 투자, 기술이전 등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이란 관계 개선 의지도 보였다.
아울러 한국 대표단의 이번 방문이 한국 정부 당국자들로서는 이란의 현실과 양국 협력의 새로운 기회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더 일찍 이란을 방문했어야 한다며 양국 관계 개선 필요를 강조했다.
IRNA 통신은 하르라지 위원장의 "이란-한국 관계에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Different future awaiting Iran-Korea ties)"는 말을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지난 10일 이란을 방문한 최 차관 등 한국 대표단은 현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된 한국 선박 및 선원들의 석방과 한국 내 동결 자금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교섭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란 측은 미국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달러의 해제를 촉구하면서도 이란 혁명수비대가 나포한 한국 국적 선박 문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술적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어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란 최고지도자 측과 외교당국이 모두 동결자금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종건 차관 등 한국 대표단이 이번 방문을 통해 조기 석방을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 차관은 방문 당일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을 만난 데 이어 이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예방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했다. 최 차관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란 방문이 한국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새해에 한국 정부가 이란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복원하기를 의도하고 있으며, 양국 관계에 존재하는 문제도 해결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