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 3000억 VS 11번가 등 1500억
여성 패션 치중...특화 카테고리 부진해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W컨셉의 기업가치를 두고 매각·인수 측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1번가 등 인수 후보 측은 W컨셉이 무신사와 달리 2030 여성 타깃에 특화된 플랫폼 특성 탓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해 12월 초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지분 80%를 매각하기 위해 숏리스트를 선정했다. 11번가를 포함한 4개 업체가 원매자로 추려졌다.
[서울=뉴스핌] 구혜린 기자 2020.12.30 hrgu90@newspim.com |
W컨셉은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숍 시장에서는 업계 1위다. 업체 측에 따르면 W컨셉은 이 시장에서 점유율 3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편집숍 전체 기준으로는 무신사에 이은 2위 업체다.
매년 거래액 성장률도 상당하다. 연간 거래금액(GMV·Gross Merchandise Value) 기준 2018년 45%, 2019년 3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거래액은 약 25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37%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W컨셉의 기업가치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매각 측은 3000억원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예상 GMV의 1배수 이상이다. 반면 원매자 측은 W컨셉의 잠재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150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우선 '2030 여성 특화' 편집숍이라는 게 오히려 독(毒)으로 꼽힌다. 작년 기준 W컨셉의 여성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체 거래액의 86%에 달한다. 남성 패션과 화장품·리빙 등 제품 구색을 갖추고 있으나, 각각 10%에 미달하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고객 분포가 곧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컨셉은 앤더슨벨, 닐바이피 등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국내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발굴해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인디 브랜드가 무신사, 비이커, 29cm 등 경쟁 플랫폼에 속속 입점하면서 독점 브랜드가 줄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20~30대 남성 소비자들에 비해 여성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다"며 "남성 소비자들과 달리 인지도가 낮은 패션 브랜드를 찾아 나서고 프로모션에 따라 플랫폼을 옮기는 성향이 뚜렷하단 의미"라고 말했다.
W컨셉은 거래액은 지속 늘고 있음에도 적자는 면치 못하는 상태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매출은 526억원, 영업손실은 44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2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비교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무신사는 이용자 성비가 고르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 회원 성비는 남성이 55%, 여성이 45%로 남성 이용자가 더 많다. 남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신규 PB(자체 브랜드) 제품이나 사입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기가 용이한 형편이다.
특화된 상품 카테고리가 부진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이 많은 곳'이란 초기 컨셉답게 스니커즈 카테고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7~11월) 신발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W컨셉은 뷰티 사업 등에 진출해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W컨셉은 지난 3월 동물성 원료 사용 및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자체 뷰티 브랜드 '허스텔러'를 선보였다. W컨셉 관계자는 "남성 패션과 뷰티 등 신규 사업을 지속 확장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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