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PMI 제출 이후 LCC 통합방안 구체화 전망
M&A로 시장 확대 노렸던 제주항공…재도전 가능성↑
LCC 규모의 경제 본격화…다른 항공사도 전략 수정 불가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계기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LCC들의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LCC 1위, 국내 항공사 3위를 굳히려 했던 제주항공은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LCC 2위로 밀려나게 되는 만큼 업계 내 인수합병(M&A)에 다시 눈길을 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들 [사진=뉴스핌DB] |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후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 LCC 통합을 추진한다. 우선 대형항공사(FSC)끼리 결합을 위해 인수 후 통합절차(PMI)를 마무리 짓는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구체적인 LCC 통합방안이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 17일까지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을 위한 PMI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LCC 3사가 통합하면 제주항공을 비롯한 나머지 LCC들과 격차를 크게 벌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 작년 기준 통합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25%를 넘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하면 70%에 육박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LCC 1위였던 제주항공은 항공업계 재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한 뒤 이스타항공을 사들여 점유율 확대를 꾀했지만, 두 번의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면서 항공사 인수를 통한 점유율 확대 전략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이후 LCC 통합이 실현될 경우 제주항공 역시 다시 한 번 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빨라질수록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수 있다. 최근에는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 주도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응하기 위해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M&A를 추진한다기보다 업계 재편으로 인한 영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LCC 1위를 넘어 장기적으로 FSC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던 제주항공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항공사들은 사장단의 만남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LCC는 단일기종으로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점유율을 확대할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 LCC들은 각각 보잉 787, 에어버스 A320 등 다른 기종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종 통합이 이뤄질 경우 점유율 확대 효과로 시장 내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항공사들이 대형 LCC 출현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티웨이항공을 사들일 거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은 주력기종이 787로 동일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여기에 티웨이항공은 호주, 크로아티아 등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갖고 있어 사업 확대도 용이하다. 제주항공이 M&A를 시도했던 이스타항공 역시 787 맥스 기종을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관건은 티웨이항공 모회사인 예림당이 항공업을 포기할지다. 회사 측은 모회사가 사업을 지속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해왔지만 업계에서는 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았다. 티웨이항공 측 자금출처 가운데 사모펀드(PEF)가 매각을 주도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M&A 전략을 끌고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코로나 회복 시점 이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준비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