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발언 이어지자 일부 회원 문제제기…고성 오가다 파행
피해자 지지모임 "오는 30일 별도의 설명회 마련할 예정"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충북·청주 경실련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가해자들만 참석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가해자들에게 발언권까지 준 것을 두고 일부 회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자 고성이 이어지다 설명회는 결국 파행됐다.
26일 충북·청주 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지지모임)에 따르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중앙 경실련이 구성한 충북·청주 경실련 비대위는 전날 오후 이번 사건과 관련한 회원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를 공지하는 과정에서 비대위는 참여 대상을 회원으로 못 박았지만 정작 설명회에는 피해자들이 배제되고 가해자들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가해자에게 발언권까지 주면서 회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갔고, 설명회는 결국 중단됐다.
지지모임은 "피해자들은 배제한 채 가해자들만 참석시켜 진행된 설명회의 취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일부 회원들이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해자만 참여하는 것은 가해자를 두둔하는 꼴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충북·청주 경실련 성희롱 사건 피해자지지모임은 25일 회원설명회 장소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사진=피해자 지지모임] 김유림 기자 = 2020.11.26 urim@newspim.com |
이어 "심지어 비대위는 가해자들의 발언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가해자에게 발언권을 주기까지 했다"며 "이 때문에 회원들의 공방이 이어졌고 고성이 오가면서 설명회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고 했다.
특히 비대위는 설명회에서 성희롱 사건보다 충북·청주 경실련의 조직운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사고지부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떠넘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지모임은 "성희롱 사건과 아무런 상관없는 조직문제를 결부시켜 사고지부로 결정된 것에 대한 책임이 피해자들에게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며 "'2차 가해를 막고 피해자 보호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에는 부당한 직무정지와 사무실 폐쇄로 답했다"고 꼬집었다.
지지모임은 "비대위가 마지막까지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거짓을 말하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며 "피해자 지지모임은 오는 30일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문제들에 대해 별도의 설명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지모임에 따르면 앞서 지난 5월 열린 충북·청주 경실련 워크숍에서 성희롱과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 당시 '프리 허그' 제안이 있었고, 이에 일부 활동가들이 악수로 대체하자고 했지만 결국 프리 허그는 진행됐다. 이후 합의를 종용하다 거절당한 한 충북·청주 경실련 임원은 "법대로 하라"고 한 뒤 팩트체크라는 경실련 SNS를 만들어 '허위 미투다'라는 글을 올리며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지지모임은 중앙 경실련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피해자가 없는 자리에서 일방적인 사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해결에 개입한 중앙 경실련은 지난 3개월 동안 성희롱 사건의 진상 파악과 조직 진단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이후 지난 23일 피해자와 인턴활동가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1989년 창립한 경실련은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지역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 경실련이 지역 지부의 폐쇄와 존립 권한을 갖고 있다. 지역 경실련이 사고지부로 지정되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재건 또는 폐쇄를 결정한다. 충북 지부에 해당하는 충북·청주 경실련은 1994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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