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경실련 지난 11일 충북·청주경실련 사고지부 지정
사고지부 지정 이후 6개월 동안 재건 또는 폐쇄 결정
폐쇄 결정되면 피해자도 한 순간에 실직자로 전락해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피해자 외면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규탄한다. 사고지부 결정한 경실련을 규탄한다. 사고지부 철회하고 복귀대책 마련하라."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앞에 시민단체 활동가 10여명이 모였다. 충북·청주 경실련 활동가와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충북·청주 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지지모임). 이들은 충북·청주 경실련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한 중앙 경실련의 미흡한 대처로 2차 피해를 입고 일자리까지 잃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모임에 따르면 지난 5월 열린 충북·청주 경실련 워크숍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 당시 '프리 허그' 제안이 있었고, 이에 일부 활동가들이 악수로 대체하자고 했지만 결국 프리 허그는 진행됐다.
아울러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고도 지지모임은 전했다. 이후 합의를 종용하다 거절당한 한 충북·청주 경실련 임원은 "법대로 하라"고 한 뒤 팩트체크라는 경실련 SNS를 만들어 '허위 미투다'라는 글을 올리며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충북·청주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 2020.11.17 urim@newspim.com |
지지모임은 경실련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피해자가 없는 자리에서 일방적인 사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해결에 개입한 중앙 경실련은 지난 3개월 동안 성희롱 사건의 진상 파악과 조직 진단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특히 경실련 상임집행위원회는 성희롱 사건 및 이어진 2차 피해에 대한 사과문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 충북·청주 경실련을 '사고지부'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6개월 계약으로 고용한 인턴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지지모임은 "사고지부 지정은 결국 피해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피해자들의 진상조사 결과 통보 및 피해자 보호대책 마련 요구를 외면하고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한 중앙 경실련이 3개월 만에 사과문 한 장 보내면서 이제 경실련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1989년 창립한 경실련은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지역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 경실련이 지역 지부의 폐쇄와 존립 권한을 갖고 있다. 지역 경실련이 사고지부로 지정되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재건 또는 폐쇄를 결정한다. 충북 지부에 해당하는 충북·청주 경실련은 1994년 출범했다.
계희수 인턴활동가는 "해고 위협을 항의하자 비대위원장이 '충북·청주 경실련은 5인 미만 업장이라 인턴은 노동법상 보호받지 못한다'고 조롱했다"며 "경실련은 3개월짜리 인력도 쓰기 때문에 인턴 해고는 문제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성희롱 2차 가해자인 충북·청주 경실련의 중견 임원이 경실련 SNS에 제가 기자 시절 작성한 성폭력 기사를 거론하며 페미니스트라고 허위 사실을 말하고 의도적으로 경실련에 입사해 조직을 장악하려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했다.
지지모임은 이번 사태를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원인이라고 봤다. 지지모임은 "가장 당황스러웠던 점은 성희롱 사건을 문제제기 하니 중앙 경실련에서는 조직갈등이 튀어나왔다"며 "조직갈등이 문제가 아닌데도 사고지부 지정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모임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이 진상 조사 결과를 이미 받아본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주장했다. 지지모임은 "팩트체크라는 2차 가해가 일어났던 경실련 SNS에 가해자가 조사 결과를 동의할 수 없고,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글을 게시했다"며 "이에 우리도 조사 결과를 보여달라고 항의하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지지모임은 "경실련 상임집행위의 반여성적, 반인권적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성찰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회원들의 민주적 토론을 통해 피해자들이 안전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즉각 사고지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충북·청주 경실련 활동가들이 서울까지 올라와 기자회견을 열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지만 중앙 경실련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경실련은 "입장 없다"고만 밝혔다.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