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활동 취지 '사회정의 구현 추구' 부정하는 행위"
19개 시민단체 "부당한 해고 맞서 법적 대응 강구하겠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충북·청주 경실련 내부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 피해자들을 해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250여명의 시민활동가는 성명서를 내고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경실련 활동의 근본취지를 부정하는 행위라면서 해고에 맞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청주 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지지모임)은 24일 "충북·청주 경실련 비상대책위원회(경실련비대위)는 지난 23일 피해자들과 인턴활동가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며 "심지어 인턴활동가에게는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지모임은 "경실련 상임집행위원회는 충북·청주 경실련을 사고지부로 결정하면서 이후 폐쇄 또는 재건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며 "이는 충북·청추 경실련이 재건되더라도 피해자들은 배제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명백한 부당처우이며 '신분 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이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 조치를 금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에도 어긋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17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충북·청주경실련 피해자 지지모임. [사진=김유림 기자] 2020.11.17 urim@newspim.com |
지지모임에 따르면 지난 5월 열린 충북·청주 경실련 워크숍에서 성희롱이 발생했다. 당시 '프리 허그' 제안이 있었고, 이에 일부 활동가들이 악수로 대체하자고 했지만 결국 프리 허그는 진행됐다.
아울러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고도 지지모임은 전했다. 이후 합의를 종용하다 거절당한 한 충북·청주 경실련 임원은 "법대로 하라"고 한 뒤 팩트체크라는 경실련 SNS를 만들어 '허위 미투다'라는 글을 올리며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지지모임은 경실련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고, 피해자가 없는 자리에서 일방적인 사과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해결에 개입한 중앙 경실련은 지난 3개월 동안 성희롱 사건의 진상 파악과 조직 진단을 실시한다는 이유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사무실을 폐쇄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직장갑질 119 등 19개 단체와 250여명의 시민활동가들은 중앙 경실련의 피해자 해고통보를 규탄하고 일터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경실련의 결정은 피해자들이 성희롱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며, 피해자들에게 '조직을 문 닫게 했다'는 낙인을 찍는 반여성적·반인권적 행위다"며 "더욱이 사건과 관계없는 청년 인턴활동가까지 해고를 당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은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위해 활동한다'는 경실련 활동의 근본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경실련 상임집행위원회의 충북·청주 경실련 사고지부 결정을 규탄하며 피해자들이 다시 안전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촉구한다. 이에 맞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과 지지모임은 오는 12월 10일 '충북·청주 경실련 성희롱 사건'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1989년 창립한 경실련은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지역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앙 경실련이 지역 지부의 폐쇄와 존립 권한을 갖고 있다. 지역 경실련이 사고지부로 지정되면 향후 6개월 이내에 재건 또는 폐쇄를 결정한다. 충북 지부에 해당하는 충북·청주 경실련은 1994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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