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규제발표, 주요 은행들 대출 한도↓·대출금리↑
규제 시행일(30일) 전부터 서둘러 대출 조이기 나서
금융당국 핀셋규제 취지와 달리 가수요 발생 등 부작용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금융당국의 규제 발표에 따라 은행권이 주요 대출을 잇따라 조이며 '대출절벽'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억원을 초과하거나 연 소득의 2배가 넘는 신용대출이 주요 타깃인데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도 조정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당국은 고소득자에 초점을 맞춘 '핀셋 규제'를 내놓았다는 설명이지만 직장인 등을 중심으로 '가수요'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규제 시행일(30일)에 앞서 신용대출 한도 및 우대금리 축소를 이번 주부터 시행한 상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영끌', '빚투'로 폭증하는 신용대출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 은행권의 신용대출에 대한 전방위적 관리 방안을 주문한 것이 규제의 골자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과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한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과 타 은행의 신용대출을 합산한 금액이 1억원이 넘는 대출자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내의 규제를 적용한다. 이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따른 조치다.
국민은행은 더 나아가 통상 연봉의 2배 이상을 제공했던 신용대출 한도를 2배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소득에 비해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는 일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주요 대출상품에 대한 한도와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해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가 나온 만큼 선제적으로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대출한도 축소 및 금리 조정 등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최근 주담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코픽스 금리가 지난달 소폭 하락했지만 은행 주담대 금리는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코픽스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두 은행 모두 주담대 상품에 대한 우대금리를 없앤 영향이다.
코픽스는 은행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된다. 결국 은행권이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췄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는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에 대한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대출 규제 영향이 실수요자 등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번 규제의 타깃으로 고소득자를 지목하며 최대 3억원~5억원에 달하는 전문직 신용대출 등을 막는 '핀셋규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앞으로 신용대출이 영영 막힌다는 생각에 미리 받아놓자는 가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직장인 대출 등에 대해서도 한도를 대폭 낮추고 금리를 높일 것이란 소속이 전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대출 실행에 나선 것이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23일까지(16영업일) 은행권의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원으로 지난 10월(2조7000억)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역시 이 현상의 원인으로 가수요를 지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예상과 다르게 가수요가 발생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출규제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당국은 고소득자에 대한 핀셋규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모든 대출에 대한 원천적인 규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