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국방 차관…외교안보 싱크탱크 두 차례 공동 설립한 이력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오는 2021년 1월 공식 출범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첫 국방부 수장으로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대선 전부터 바이든 정부의 첫 국방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그에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태생인 플러노이 전 차관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유학한 재원 중의 재원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처음 정치에 입문한 그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정책담당 국방차관까지 오르면서 여성 최초로 미국 국방부 '넘버 3' 자리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제는 '미국 최초 여성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플러노이 외에는 거론되는 인물도 없어서, 이변이 없다면 사실상 확정으로 볼 수 있다.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트럼프 행정부 '나토 대사'로도 거론…대부분 본인이 고사
그가 '미국 최초 여성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려 세 번째 하마평이다.
처음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된 것은 지난 2014년 11월 오바마 정부 때였다. 당시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사임한 뒤 애슈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과 함께 헤이글 장관 후임으로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나 플러노이 전 차관은 스스로 장관직을 포기했다. 포린폴리시(FP)가 당시 입수한 편지에 따르면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나를 장관 후보 고려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말했다. 고사 이유는 가족이었다. 이 때 플러노이 전 차관의 막내딸은 13세였다.
두 번째 하마평은 2016년 대선 전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방장관이 될 1순위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때는 클린턴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자연스레 국방장관 후보에서 제외됐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심지어 반대당인 공화당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 유력 후보로 거론된 것이다. 다만 이때 플러노이 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할 의사가 없다"고 하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Pentagon). 2018.03.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국방 전문성뿐 아니라 조직관리 능력 갖췄다" 평가…美 국방부에 '플렉서블 타임제' 도입
군대에서 직접 복무한 경험도 없는 그가 세 번이나 국방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심지어 정파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요직으로 하마평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전문성'이 꼽힌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와 워싱턴 D.C.의 전략 컨설팅 업체인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의 공동 설립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싱크탱크 설립 이전에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도 군사 전문가로 몸을 담았었다. '국방을 비롯한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서는 플러노이 만한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특히 국방차관이었던 2009년에는 미국이 조만간 직면할 대외위협을 11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해 보는 국방부 보고서 작성을 지휘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방부라는 거대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는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차관 재임 시절 국방부에 '플렉서블(Flexible) 타임제'를 도입했다. 플렉서블 타임제는 직원들이 아이의 등교를 돕거나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방 분야에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조직관리 능력까지, 국방장관으로서의 역량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 플러노이 전 차관이 이번에는 하마평을 넘어서 미국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행' 작전을 수행 중인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함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과거 발언 주목…"중국 함대 72시간 내 침몰해야"‧"북한 섣불리 공격하면 한국 보복 당할 것"
한편 플러노이 전 차관이 국방장관 1순위 후보로 거론되면서, 그의 과거 발언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먼저 플러노이 전 차관은 '대중 강경파(매파)'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6월 미국외교협회가 격월간으로 발간하는 잡지인 '포린 어페어스'에 '아시아에서 어떻게 전쟁을 막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대중 억제력을 높이기 위해 미국은 중국의 어떠한 군사적 도발도 성공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72시간, 즉 3일 내로 동중국해 내 모든 중국 군함, 잠수함, 상선을 침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 및 한반도 이슈에 대해서는 강경하기 보다는 신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신미안보센터(CNAS) 이사장일 당시 하이디 하이트캠프 상원의원과 가진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유발하지 않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군사 공격은 전쟁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며 "이에 따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압박만 강화하고 외교적 대화창구가 없으면 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더 커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미래 국방 태스크포스(TF)'가 연 청문회에 참석한 직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핵 능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추가 대북 제제를 논의하면서 북한에 다시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도록 계속 협력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과 미국 본토에 있는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도 계속 현대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협력' 기조와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올해 초 열린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은 다른 동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며 "방위비로 한국을 지나치게 압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