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가 '배럴' 대신 '톤'을 사용하는 이유는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올해 3분기까지 북한에 수출한 정제유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9월 중국의 대북 정제유 수출량을 뒤늦게 공개했다. 중국은 9월 한달 동안 583톤(t)을 수출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밖에 안 되는 수치다.
미국 텍사스주(州) 미드랜드 인근에 위치한 퍼미안 분지에서 원유 펌프가 작동하는 모습. 2017.03.05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러시아의 9월 대북 정제유 수출량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공개된 중국과 러시아의 수출량(1만7900t)을 다 합쳐도 지난해의 4분 1밖에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수출 정제유가 모두 휘발유라고 가정한 뒤 배럴로 환산하면 15만1000 배럴이다.
이대로 가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정한 한 해 대북 정제유 수출 상한선인 5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북한이 공식 무역통로가 아닌 불법으로 정제유를 사들이고 있다는 점과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사회가 정한 석유량 표기단위를 사용하지 않아 정확한 정제유 거래량 측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지난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 등의 방식으로 이미 연간 50만 배럴 수입 상한선을 초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는 't'을 '배럴'로 환산하는 정확한 비율(a ton/barrel conversion rate)을 명시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구 소련 국가들은 '배럴'을 사용하는 서구 국가들과 달리 석유량을 나타내기 위해 오랫동안 '톤' 단위를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은 석유량 표기 단위를 국제시장에서의 통용 기준인 '배럴'로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산 원유가 거래되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북해산 원유를 거래하는 인터컨티넨털 거래소(ICE), 중동 두바이에 개설된 두바이 거래소(DME)도 역시 t이 아닌 배럴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석유 거래량 역시 국제시장에서는 '배럴'로 표기하면서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때는 't'을 사용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무게를 나타내는 단위인 '톤'을 부피 측정값인 '배럴'로 환산할 때 비중이 서로 다른 휘발유(1t=8.45배럴)나 경유(1t=7.50배럴) 등 정제유 종류에 따라 그 환산비율을 달리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제유 거래량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배럴 단위를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는 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정한 대북 정제유 수출 상한선보다 적게 보이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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