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부담금 미납 고지안하면 은행 5000만원 과태료
은행권 "정보 오기하거나 고객이 수신거부했는데..."
당국 검토 돌입 "관계부처와 협의 진행하겠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미납내역을 알리지 않은 은행들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당국의 조치가 적정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이 보내는 이메일, 문자, 우편 등을 고객 본인이 거부할 경우 은행으로서는 내용을 알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하나은행, 대구은행, 수협은행 등은 퇴직연금(IRP) 가입자 대상 교육 미실시로 1억원의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이들이 어긴 법 조항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33조다. 법에 따라 IRP를 운영하는 퇴직연금사업자는 해당 사업의 퇴직연금제도 운영 상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매년 1회 이상 가입자에게 교육할 의무가 있다.
한편, 퇴직연금 미납내역을 알리지 않아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된 은행의 사례는 9건에 달한다. 퇴직급여법 25에 따라 은행들은 확정기여(DC)형이나 기업형 IRP(10명 미만이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거나 근로자가 요구해 IRP를 설정할 수 있음) 상품의 경우 사용자가 1개월 이상 IRP부담금을 미납하면 은행은 7일 내 가입자 즉, 근로자에게 부담금 미납내역을 알려야 한다.
이같은 교육과 미납 알림 의무화는 고객들의 손실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에 있다. 특히 퇴직연금 상품 가운데 IRP형과 DC형은 운용실적과 손해를 책임지기 때문에 안내와 교육을 필수로 이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법을 지키려고 해도 현실적으로 난관이 많다는 전언이다. 상품을 가입할 때 가입자가 전 채널(우편, 전화, 문자)에 소식 수신거부를 표시하면 은행으로서는 연락 방법이 전무하다. 스팸 연락처로 걸러져 수신이 차단되는 경우도 잦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가 있고 이메일 오기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여러 금융사들이 감독원 제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해 8월 열린 제15차 금융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하나은행의 IRP 가입자 대상 교육 미이행 제재 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가입자가 다니는 회사가 정보를 입수했는데 그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 교육을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은 "'자꾸 쓸데없이 자료 보내지 말라'고 해서 거부한 경우에도 교육 미실시로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됐다"며 "이번 같은 경우는 이메일을 안 보냈기 때문에 과태료를 1억원이나 부과해야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이에 검토에 돌입했다. 금융위 회의 당시 '과도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던 위원은 "고용노동부와 귀책 사유 부분을 협의하거나 IRP진행 상황에 대해 운용보고서를 제공하는 식도 괜찮다"며 사용자와 은행간 책임분배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 보고자는 "금융위, 금감원 관계부서와 협의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