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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철 "여기저기서 유재수 구명운동…조국이 감찰중단 지시"

기사입력 : 2020년10월23일 13:29

최종수정 : 2020년10월23일 13:29

박형철, 23일 '유재수 감찰무마' 증인으로…"조국이 감찰중단 지시"
"감찰 중단 알려지면 비판 커질 것 같아 허위 논리 만들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이른바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과 관련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당시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조국 전 수석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7차 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박 전 비서관은 피고인이자 증인 신분으로 증인석에 서서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중단 전말을 상세히 증언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조국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05.08 mironj19@newspim.com

그는 검찰에서 "특별감찰반장이었던 이인걸로부터 평소 친하지도 않았던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연락 와서 밥을 먹었는데 갑자기 훈계조로 '우리편과 적은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이래서 기분이 나빴다고 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유재수 감찰건을 상부에 보고한 이후 어느 시점부터 조국이 참여정부 인사를 통해 구명운동이 여러곳에서 있다고 해서 '유재수가 실세여서 수석단계까지 구명운동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백원우와 유재수 감찰건을 이야기 하던 중에 '선처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몇 번을 얘기해서 몇 번이나마 완곡히 거절했는데,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비서관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검찰 조서가 제시되자 사실이 맞다고 답하면서 "처음에는 (유재수 본인이) 억울하다고 해서 뭐라고 했다"며 "억울하면 지금 (업체로부터 받은) 항공권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니 형님(백원우)께서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면 '클리어' 될 것 아니냐하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비서관에 따르면, 이때 당시 청와대 특감반원들은 상당한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 역시 이때까지만 해도 감찰을 계속 진행해야 하고, 유재수 본인이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를 해야 하는 상태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으나 이 사안은 백 전 비서관과 상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찰에 응하지 않고 있던 유 전 국장이 돌연 병가를 냈고, 이후 조 전 장관이 '사표를 내는 선으로 마무리됐으니 감찰을 종료하라'고 했다는 게 박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자녀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11 dlsgur9757@newspim.com

박 전 비서관은 "수석(조국)이 제게 그 얘기를 할 때 백 전 비서관과 먼저 상의하고 그 결과를 저에게 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당시 감찰 결과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권은 민정수석에게 있었다"며 "저는 수석에게 제 의사를 충분히 말했고, 이렇게 끝나면 아무 불이익도 받지 않는데 사표라도 내겠다고 하니 그나마 감찰 결과로 불이익을 받는구나 하는 마음에서 달리 의견을 추가로 내지 않고 수용했다"고 답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당시 추가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조 전 장관이 지난 2018년 12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비위 첩보 자체는 근거가 약하고 보았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근거가 약하지 않았다. 저나 이인걸 특감반장 다 혐의 인정이 어렵다고 보고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그는 당시 조 전 장관이 한 답변 초안을 만들 때 본인도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감찰이 중단된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면 사회적 비판이 커질 수 있어 첩보 근거가 약하다거나 여자 문제 같은 사적인 부분이 나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박 전 비서관은 "다른 감찰 사례에서 처음에 감찰하려고 한 혐의를 밝히지 못하고 여자문제가 드러나는 게 있었는데, 당시 감찰은 종료하고 여자문제는 불문으로 했다. 그 사례랑 유사성을 찾아서 접목시켜 제가 초안을 작성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후 2시부터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이어간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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