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에서도 증시 상승 견인
'관제시장' 연출하며 시장 왜곡 지적도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은행(BOJ)과 세계 최대 연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80%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래'로 불리는 BOJ와 GPIF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제 시장'을 연출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앞을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2020.05.22 goldendog@newspim.com |
◆ 1830개사에서 사실상 최대주주...4년 새 두 배 증가
아사히신문은 BOJ와 GPIF가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2166개사(3월 말 시점)의 80%에 해당하는 약 1830개에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최대주주로 밝혀졌다고 29일 보도했다.
BOJ와 GPIF의 간접보유 지분이 10% 이상인 곳은 약 630개사였다. 20% 이상인 곳도 28개사에 달했다. 보유지분이 가장 많은 곳은 대형 반도체기업 어드밴테스트로 29.0%를 기록했다.
전체 주식 보유액으로는 GPIF가 36조엔(약 390조원), BOJ가 31조엔(약 336조원)으로 두 고래의 보유액을 합치면 도쿄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12%에 달한다.
BOJ와 GPIF가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016년 3월 말 조사 당시 약 980개사에서 4년 새 거의 두 배가 늘어났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이 일본 주식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문은 "연기금이 주식을 사는 것은 해외에서도 일반적이지만, 중앙은행의 주식 구입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BOJ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통해 주식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금융시장에 코로나19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지난 3월에는 ETF 매입 한도를 연간 6조엔에서 두 배인 12조엔으로 늘렸다.
도카이도쿄(東海東京)조사센터의 센고쿠 마코토(仙石誠) 수석 애널리스트는 "BOJ가 ETF를 1조엔 매입하면 닛케이주가가 260엔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도쿄증시에서는 8년 가까이 BOJ를 중심으로 아베노믹스 효과가 십이분 발휘됐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닛케이주가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 존재감에 비례해 시장 왜곡 우려도 커져
하지만 BOJ와 GPIF의 과도한 증시 개입은 실물경제와 괴리된 주가 상승을 초래하는 등 시장 왜곡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두 고래의 전방위적인 주식 매입이 실적이 나쁜 기업의 주가도 끌어올리는 등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것. 도쿄상공리서치의 도모다 노부오(友田信男) 정보본부장은 "공적 자금이 주가를 지탱하면서 기업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BOJ가 향후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펼 경우 주가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신문은 "BOJ가 ETF를 어떻게 처분할지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주식시장에 있어 한 가지 우려 재료"라고 전했다.
BOJ 금융정책결정회의 모습.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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