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회·성당 등, 대입 기도 인원 줄이고 일정 취소
학부모들 망연자실..."해줄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는데"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1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녀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의 기도 풍경이 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이맘때면 종교시설은 학부모들의 기도 행렬로 발 디딜 틈 없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3일 치러지는 올해 수능이 50일 남은 15일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절·교회·성당 등 종교시설에서 인파가 몰리는 행사를 줄이기로 하면서 기도 인원 및 공간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자녀를 위한 행복한 동행-화엄성중 기도'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코로나19 확산 탓에 오는 12월 3일로 미뤄진 바 있다.2020.08.25 dlsgur9757@newspim.com |
조계사는 매해 실시했던 수능 전 111일 동안 하는 기도에 인원 제한을 뒀다. 현재는 코로나19로 50명 미만만 대웅전에 들어갈 수 있다. 조계사 수능 기도는 매번 대웅전에 300~400명의 신도가 꽉 들어찼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행사다.
조계사 관계자는 "대웅전에 들어가지 못 하는 인원은 외부 공간에서 의자에 앉아서 기도할 수 있게 했다"며 "대웅전 내 예불 인원을 100명까지 늘릴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확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봉은사는 예정대로 '수시·정시·대학원 합격 원만 21일(3주) 오후 기도'를 진행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예불 인원은 50명으로 제한된다.
봉은사 관계자는 "수능 기도는 방송으로도 해서 봉은사 마당 등 외부에서도 들을 수 있다"며 "따로 종단에서 지침이 없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이전처럼 50명 신도 제한을 뒀다. 앞으로 지침이 새로 나오면 그에 맞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독교에서 이뤄지는 대입 관련 예배도 코로나19로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명성교회는 매년 수능 당일 시험 시간에 맞춰 '수능 기도회'를 열었다. 수험생 학부모는 물론 교구의 교인 등 200여명이 모이던 행사였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능 기도회 개최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며 "당장 주일 예배도 없어서 주일 예배가 열리고 코로나19가 조금 진정되면 수능 기도회 개최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도 수능 관련 기도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2주 뒤에 수능 당일 예배 등 관련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의 경우 수능 전 54일 기도를 코로나19로 전격 취소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수능 당일 기도 개최 여부는 아직 미정"라고 했다.
종교시설을 찾아 수능 기도를 하는 것에 차질이 생기자 학부모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고3 딸을 둔 김모(47·여) 씨는 "나는 불자라서 딸을 위해서 기도하고 싶은데 내가 다니는 절은 물론 다른 곳도 이용에 제한이 있다고 하니 착잡하다"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학교 수업도 집중할 수 없었고 학원 수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로 힘들다"며 "수많은 고비를 넘겨서 여기까지 왔는데, 가장 안 좋을 때 우리 딸이 입시를 치르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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