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임신 기한에 따라 제한적 허용
프랑스·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전면 허용' 움직임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정부가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이후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따른 것이지만, 임신기한을 기준으로 합법과 불법을 가른다는 점에서 반발의 목소리도 거센 상황이다.
낙태 허용을 둘러싼 논란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경우 대부분 14주 전후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낙태죄 자체를 폐지한 국가도 있어 근거 기준에 관심이 모아진다.
11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진행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OECD 36개 회원국 중 25개국이 '본인 요청'에 대해서도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일정 기간 내 낙태가 가능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낙태죄'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 입법예고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10.08 yooksa@newspim.com |
스웨덴은 임신 18주까지 낙태가 가능하다. 임신부는 낙태를 위해 임신 18주까지 의사와 상담할 수 있지만,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18~22주까지는 보건복지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 경우 태아가 체외생존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22주 이후부터는 어떤 이유로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독자생존이 가능하지 않은 한에서만 낙태를 허용한다. 네덜란드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낙태 수술은 22주 이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임신 후 90일 이내에서 낙태가 가능하다. 90일 이후부터는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태아의 기형이 우려되는 경우 등에만 허용된다.
대부분 국가에서 낙태 허용 기준이 14주 전후가 된 것은 이 정도 시기까지 태아가 사고를 하거나 자아를 인식할 수 없다는 의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입법예고안 역시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를 제한하고 있다. 임신 초기로 분류되는 14주까지는 조건 없이 임신 중지가 가능하며, 15~24주 이내는 ▲유전학적 질환 ▲강간·준강간에 의한 임신 ▲근친 관계 간 임신 ▲임부 건강 위험 외에도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다.
정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실제적 조화를 이루도록 형법 조항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24주 이후의 임신 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위헌적 법안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임신 기간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쟁점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형사처벌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임신 주수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불명확한 기준을 형사처벌하는 조항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속 앎(활동명)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몇 주인지 정확히 알기도 어려운 내용을 처벌 기준으로 삼아 14주를 기준으로 한 주수 제한 자체가 문제"라며 "주수 제한을 둔 것은 지금까지의 낙태죄 폐지 운동을 무시하는 것으로 주수 제한 없이 전면 비범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전 기간에 걸쳐 낙태를 허용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8월 임신 중지 가능 기간을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더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 의학적 문제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고통도 임신중지 사유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다.
캐나다 역시 임신 기간의 제한, 요건을 두지 않고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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