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추경 처리 늦어지면 '긴급재난지원' 취지 어긋나"
추경호 "단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확대가 능사 아니었다"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당정이 협의한 만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공식 상견례 자리에서 합의된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가 협의 과정에서 2만원 지급 대상은 만 16~34세와 만 65세 이상만으로 줄어들었다. 예산안도 9200억원 가량에서 절반이 넘는 5200억원이 쪼그라들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당 지도부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박홍근 민주당 간사는 22일 추경 합의 브리핑 자리에서 "여당 입장에서 사실 통신비 지원 삭감은 수용이 쉽지 않았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박 의원은 "야당이 강력한 입장을 견지했다"며 "국민 민생을 도와드리려고 편성한 추경인데 지연된다면 현장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감액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다만 감액에 있어서는 이번 추경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거나 수입이 없는 분들께는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감액한 통신비 예산을 여야 합의하에, 동의하에 각각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9.22 leehs@newspim.com |
그동안 국민의힘은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은 효과가 낮다며 정부 원안대로의 추경 통과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대신 '전국민 독감 무료 접종'이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내왔다. 하지만 전국민 독감 무료 접종 제안은 여당 뿐 아니라 제약업계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유료 백신 1100만명 분을 무료화 하자는 제안도 내놓았지만 이미 시중에 풀려 오히려 백신 보급에 혼선만 빚는다는 여당 반대에 부딪혔다.
다만 민주당은 독감 백신 접종 확대 대신 더 쓸만한 대안을 가져 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박홍근 간사는 "이번 추경에 포함된 17개 사업 중 어떤 것이라도 추경 취지에 부합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말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새로운 대안을 내놓았다. 독감 백신 대신,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예산을 돌리자는 제안이다. 박홍근 민주당 간사는 21일 밤 추경호 국민의힘 간사와의 협의자리에서 통신비를 선별 지급하는 대신 그 차액으로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절충안을 전달했다.
한준호 민주당 예결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백신 확보는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회 차원에서도 논의돼 왔던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백신 연구를 위해 각국의 백신을 구매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이 먼저 통신비를 양보하고 대안을 내놓자 국민의힘도 양보에 나섰다. 당초 주장한 무료 독감 백신 예산을 1100만명분에서 의료 취약계층 105만명분으로 한참 축소한 것. 또 이 과정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직접 통화를 하며 생각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예결위 간사. 2020.09.22 leehs@newspim.com |
추경호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는 "당초 전국민 무료 독감 백신 접종 확대를 주장했으나 일정 시점이 지나며 단순한 숫자 확대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며 "백신의 유효성이나 공급체계 혼란 방지 등 전문가 판단을 들어 결정했다"고 전했다.
통신비 삭감과 여당 대안을 야당이 수용하면서 합의는 급물살을 탔다.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협상 내용을 보고받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원내대표를 만나러 갔다. 이후 원내대표간 최종 조율을 통해 회동 1시간 뒤 서명에 이르렀다.
한편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제안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스럽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그 대신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독감 예방접종을 늘렸고 중학생 보육과 법인택시 지원도 추가했다"며 "야당과 저희 내부의 합리적 제안을 수용하면서, 예정된 날짜에 추경을 합의처리하게 됐다. 그것은 다행"이라고 남겼다.
with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