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확진 20대 여성 4월 재확진…전문가 세부 분석중
"백신·치료제 차질 우려 성급…바이러스 변이 지켜봐야"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국내서 코로나19 재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서 향후 백신·치료제 개발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이번 의심 사례가 재감염으로 확인되고, 또 각각의 감염이 서로 다른 유전자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라면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도 변이가 이뤄진 바이러스엔 소용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처럼 유행 계통을 예상, 해마다 백신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방역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변이의 정도를 좀 더 세분화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21일 "백신이나 치료제가 어떤 부위를 타깃으로 하고 또 어떤 기전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는지, 유전자 변이가 어느 부위에서 생겨나 그 변이 자체가 바이러스 감염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중요한 변이냐 아니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답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가 RNA 바이러스고, 또 다른 바이러스보다는 변이가 적은 편이라는 전문가들 평이 있다"며 "끊임없이 생기는 변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런 변이가 어떤 임상적인 영향을 주는지, 전염력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이인지 아닌지, 개발중인 백신이나 치료제의 작용 기전에 영향을 줄 만큼의 변이인지 아닌지 같은 것은 조금 더 세분화된 전문가들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이미지 [자료= 로이터 뉴스핌] |
앞서 지난 3월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치료 후 격리해제됐으나 4월 다시 확진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치료 후 회복 과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나중에 양성으로 바뀐, 이른바 '재양성' 사례는 많았으나 완치 후 재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는 국내서 처음이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에서 재양성 판정을 받은 이는 705명.
'재양성' 사례는 환자 몸속에 남아 있던 죽은 바이러스가 검출됐거나, 아니면 애초 바이러스 양이 너무 적어서 음성으로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재감염 의심 사례와 관련, 첫 번째와 두 번째 감염이 서로 다른 바이러스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대본 측은 "외국에서도 재감염의 경우 코로나19의 클레이드(Clade, 계통) 자체가 변동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클레이드의 변화, 즉 클레이드가 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일선 의료계에서도 이번 재감염 의심 사례를 갖고 백신 및 치료제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단 우리나라 사례가 아직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재감염이 많이 발생하면 집단면역이고 뭐고 없다는 얘기가 되니 중요하긴 한데, 증례가 많지 않으니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재감염 발생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줄 순 있겠는데 지금의 몇 가지 재감염 사례만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로 재감염된 것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에선 재감염 사례가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홍콩서 지난 3월 확진 판정을 받았던 30대 남성이 8월에 다시 감염된 것을 비롯, 미국과 네덜란드, 벨기에, 브라질 등에서 재감염 사례가 이어졌다.
정 본부장은 "현재 재감염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도 다섯 케이스 정도로, 아직까지는 굉장히 드문 사례"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국내 감염이 대부분 GH그룹 유전자를 보이는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 재감염이 그리 흔한 사례는 아닐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