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중국 정부가 중-독 정상회담 이틀 전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에 중국을 배신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 해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농업농촌부와 해관총서(세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독일산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부산물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화이안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 장쑤성 화이안에 있는 한 돼지고기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China Daily via REUTERS 2020.04.09 |
이들은 "독일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 첫 사례가 발생한 만큼 중국 축산업을 보호하고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양국 간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나온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샤를 미셸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무역 및 투자 화상회의를 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축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정치적 배경이 더욱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컨설팅업체 TS롬바드의 주앙 보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독일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을 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연내 EU-중국 투자협상을 마무리짓기를 원하고 있는데, 이 협상에서 독일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독일 정부는 지난 6월 중국이 동등한 무역 여건을 만들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유럽 기업들에 대한 장벽을 낮추지 않으면 중국에 새로운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돼지고기 수입 금지는 중국이 외교 충돌을 빚는 국가를 상대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가하는 전형적 '강압적 외교' 패턴의 일환이다.
독일 농무부는 중국 정부와 계속 협상 중이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조치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으로만 제한하는 방향으로 축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전 세계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 가량을 수입하고 있어,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만 독일 돼지고기 수출업체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독일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축산업계는 돼지고기 수출물량의 3분의 2를 중국이 소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과 스페인에 이어 중국의 3번째 돼지고기 공급국으로, 올해 1~4월 중국의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규모는 전년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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