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EU의 중국 제재, 미국 압박에 따른 결과'
EU, 거대 경제이익 고려할 때 관계 단절 어려울 것
'무역전쟁·디커플링' 카드로 위협하는 미국과 달라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미국 편에 서서 '중국 때리기'에 나선 분위기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중국 관영 매체는 EU 회원국들의 이 같은 행보가 미국의 '반중 노선 구축' 동참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으며, 중국과의 거대한 경제적 이익 관계를 고려할 때 EU 회원국들이 쉽사리 미국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기사를 게재하며 미국을 겨냥한 언론 공격을 확대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0일 '중미 갈등에 개입하는 걸 원치 않으며, 대(對)중국 정책 방향에 대한 신중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는 EU가 28일(현지시간) 홍콩에 대한 중국 본토의 처우를 문제 삼아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범죄인 인도조약 재고, 홍콩 주민의 입국비자 완화, 정치적 망명 활성화 등의 대중국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뒤에 나왔다.
열띤 논의 중인 EU 정상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환구시보는 일부 해외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인용해 EU와 중국을 연결하고 있는 거대한 경제적 이익관계의 연결고리를 강조하면서 "더욱 거세지는 미국의 '반중 통일 전선' 구축 움직임 속에 EU는 중간에 끼여 압박을 받고 있지만, 중국과의 거대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려 하지 않으려는 게 분명하다"고 평했다.
매체는 "일부 언론은 EU 성명의 '특이점'에 주목했다"면서 "오스트리아 일간지 데어 슈탠다드(Der Standard)는 EU가 '일련의 조치'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미국과는 달리) 경제적 제재와 중국 정부 관원들에 대한 제재 조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EU 회원국들이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성명이 나오기 전까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이유는 중국에 맞설 경우 치러야 할 무역 대가를 우려해서라고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 관원들과 금융기관 제재를 비롯해 비자 발급을 제한한 트럼프 행정부와 홍콩과의 인도조약 중단 조치에 나선 캐나다∙호주∙영국 정부와 비교해 EU의 행동은 제한적이며, 그리스와 헝가리 등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제재를 원치 않는다"고 전한 싱가포르 현지 유력 중국어 신문인 연합조보(聯合早報)의 보도를 전했다.
이밖에 카타르 알자지라가 "미중 갈등이 갈수록 긴박해지는 가운데, 중간에 낀 유럽 정부가 2대 경제 대국 사이에서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논평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과 미국 모두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유럽의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고 소개했다.
환구시보는 올해로 중국과 EU가 수교한 지 45주년이 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현재 중국과 유럽은 서로 경제무역 관계 강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EU가 대중국 제재를 결정한) 28일 열린 EU와 중국의 '8차 고위급 무역∙경제 대화' 화상 회의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양국의 경제무역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독일 주요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환구시보는 "중국과 유럽은 규칙에 기초한 무역 투자 체계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는 걸핏하면 무역전쟁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는 카드를 꺼내 협박하는 미국의 출발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날 환구시보는 다른 사설을 통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사건에서 미국은 냉전 및 적대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서 "미국의 마수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올해 들어 세계 각지의 미국 대사들과 외교 관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5세대 이동통신(5G)을 문제 삼아 중국을 음해하며 중국과 국제사회의 우호관계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