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시에만 의존해 왔던 '초등 돌봄 교실'
"돌봄 교실 운영은 지자체가"...특별법 논란
교사들 "지자체 이관해 교육 본연 업무 충실 가능"
돌봄전담사 "돌봄 질 떨어질 것...우리에게 권한 달라"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교육부가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가 초등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둘러싸고 교사, 돌봄전담사 등이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교사들은 돌봄교실을 지자체가 운영할 경우 본연의 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며 특별법을 환영하고 있다. 반면 돌봄전담사들은 돌봄교실이 보육이 아닌 교육 영역인 만큼 지자체 이관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민정 열린우리당 의원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중학교 3학년 등교수업을 이틀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한강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20.05.25 yooksa@newspim.com |
이 단체는 "돌봄교실 주체를 학생으로 보고, 학생 시선으로 법을 만들고자 했다면 돌봄을 지자체가 책임지도록 하자는 말이 나올 수 없다"며 "학교와 지자체 사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겪게 될 혼란을 강 의원과 권 의원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와 공존하는 모델을 찾겠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처사인지 돌봄교실을 경험한 엄마들은 뼈저리게 느낀다"며 "학교 밖으로 몰린 돌봄교실은 어느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돌봄교실에 대한 필요한 인원을 확충함으로써 믿을 수 있는 기관에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켜줄 것을 요청한다"며 "가르침의 영역인 교육과 돌봄의 영역인 보육은 과연 분리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초등학교 1학년과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모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자체에 이관하면 학교는 돌봄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라며 "양육자들은 학교 안에서 책임 있는 아이들 돌봄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학교 학생으로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돌봄교실에 가서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특별법, 시·도교육청 아닌 각 지자체가 돌봄 교실 운영 주체 명시
이들이 반대하는 특별법 주요 내용은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이 아닌 각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통합 돌봄 체계 및 시스템을 구축하지만,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을 관리·감독하는 데 머문다.
초등 돌봄교실은 초등학교 내 마련된 별도 교실에서 각 시·도교육청 등이 채용한 돌봄전담사가 방과 후부터 학부모가 직장에서 퇴근하는 시간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돌봐주는 제도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06.17 leehs@newspim.com |
문제는 돌봄교실 운영과 관련한 법률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돌봄교실은 교육부 고시 "학교 여건에 따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학교에서 돌볼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한다"는 규칙에만 근거해 운영되고 있어 각 학교별로 돌봄 서비스 수준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련 법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강 의원과 권 의원이 각각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돌봄교실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명시해 논란이 시작됐다.
권 의원은 지난 6월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돌봄교실 운영과 관련해 명확한 법률 근거가 없어 각 지자체 마다 수요 대비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장관이 범정부 차원에서 통합적인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지자체가 주체가 돼 지역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을 규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교사들 "지자체 중심 돌봄 환영...교육 본연 업무 집중할 것"
교사들은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특별법을 환영하고 있다. 교사가 돌봄교실까지 담당할 경우 업무 과중으로 정작 교육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지난달 6일 논평을 통해 "현재 돌봄의 학교 집중 현상으로 담당 교원의 업무 부담 과중 문제, 겸용 교실로 인한 교육 활동 제약, 시설관리, 안전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돌봄 관련 갈등으로 학교는 그 본령인 교육 활동을 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돌봄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며 "지자체 중심의 돌봄 운영은 학교 교육 활동과 돌봄 모두의 질적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등교 수업을 중단한 학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등교 수업을 중단한 학교는 지난 21일보다 996곳 늘어난 1845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2만902개 유·초·중·고교 가운데 8.8%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은 25일 오전 서울의 한 어린이집의 모습. 2020.08.25 pangbin@newspim.com |
교사노동조합연맹 울산교사노조도 지난달 5일 "현재 돌봄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육과 보육 간 경계가 무너지고 교육과 보육의 질을 모두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올바른 돌봄 책임을 학교가 아닌 국가와 사회로 바로 했다고 생각해 환영한다"고 했다.
◆ 돌봄전담사들 "돌봄은 교육 영역...우리에게 권한 달라"
돌봄전담사들은 특별법에 반발하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은 단순한 보육이 아닌 교육 영역인데다 지자체가 돌봄교실을 외주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돌봄 질이 하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12일 '초등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결사 반대' 청원이 게시된 바 있다. 청원인은 "교육부 소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돼 오던 초등 돌봄교실을 교육이 아닌 단순 보육의 영역으로 단정해 지자체에 넘기려는 것이냐"며 "단지 돌봄 업무가 하기 싫은 태만한 교사들의 지자체 이관 주장만을 반영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참된 교육자는 가르칠 교(敎)와 기를 육(育)이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돌봄교실을 이익을 추구하는 장사치들에게 넘겨 민영화 사업으로 바꾸려는 것에 결사반대"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2020.09.14 hakjun@newspim.com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
돌봄전담사 처우 개선을 통해 돌봄교실이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신을 돌봄전담사라고 밝힌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결책은 돌봄 교실 모든 업무를 돌봄전담사에게 하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돌봄전담사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확대해 교사들 업무 부담을 덜어주게 하면 된다"고 썼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은 지난 9일부터 국회 앞에서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는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노조는 "지자체형 돌봄교실은 학교장과 부장교사들에게 일순간의 환영을 받을지는 몰라도 결국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면을 받아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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