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50인 이상 모임 금지됐지만…전동차 1량당 좌석 수 54개
북적이는 지하철 커지는 불안…"자가용 끌고 다녀야 하나"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실내 5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됐지만, 지하철 혼잡도 기준이 느슨해 지하철을 통한 집단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24명 늘어 누적 1만6670명으로 집계됐다. 1차 대유행이 발생했던 지난 3월 초 이후 166일 만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접어들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수도권의 교회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서울과 경기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가운데 18일 오전 출근길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2020.08.18 yooksa@newspim.com |
신규 확진자는 14일부터 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297명→288명→324명 등 빠르게 늘면서 8일간 총 1900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출·퇴근길 혼잡한 지하철에 올라야 하는 직장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마포구로 1시간20분 가량을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이모(32) 씨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지하철 내에서 전화 통화를 하거나 코가 보이게 마스크를 조금씩 내려쓰는 사람을 보면 전보다 훨씬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근길 지하철로 45분을 이동한다는 박모(30) 씨도 "뒤에서 누군가 기침만 해도 불안하다"며 "직장 주차문제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했는데, 불안하다 보니 직접 운전해서 다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서울시가 지난 5월부터 시행한 '지하철 혼잡도 관리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하철 혼잡도 관리 기준'에 따르면 열차 내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붐비는 혼잡도 150~170%에만 비상 대기 열차를 추가로 투입하거나 주요 혼잡구간에 무정차 통과하는 적극적인 혼잡도 관리 조치가 이뤄진다.
'보통' 수준에 해당하는 혼잡도 100% 기준 역시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동차 1량당 좌석 수는 54석으로 50석을 넘는데다, '보통' 수준에 해당하는 혼잡도 100% 기준을 전동차 1량당 좌석 54개, 객실 통로 54명, 출입문 근처 입석 54명 등 전동차 1량당 160명으로 잡고 있어서다. 지난 19일부터 정부가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는 50인 이상의 실내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씨는 "결혼식 하객도 50명 이상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북적거리는 지하철은 왜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에서 감염되면 대체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질지 몰라 걱정스럽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의 혼잡도 사전예보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8시 30분 9호선 염창역~동작역의 혼잡 수준은 150~170%로 예보됐다. 전동차 1량당 최소 240명이 탑승해 사실상 전동차 내 이동이 불가능한 '혼잡' 수준이다. 탑승객이 많은 주요 9개 구간 중 나머지 6곳 역시 1량당 전동차 탑승객이 최소 128명을 넘는 '보통'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혼잡한 지하철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실적인 여건상 지하철에 승객을 태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지하철의 혼잡도가 심하면 덜 태우는 방식으로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하철 혼잡도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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