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지난달 10년래 최대 폭으로 떨어진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반전 조짐이 포착돼 관심을 끌고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 세력들이 달러화 숏 베팅에서 발을 빼는 한편 월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른바 '그린백'의 단기 반등을 예고하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마이너스 실질 금리를 포함해 달러화를 압박하는 구조적 악재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고, 하락 베팅이 점차 '묻지마 숏'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운용 자산 규모 600억달러 이상인 헤지펀드 업체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가 최근 달러화 하락 포지션의 차익을 실현했다.
또 다른 헤지펀드 업체 AMP 캐피탈은 달러화 약세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이머징마켓 통화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K2 애셋 매니지먼트 역시 달러화 하락 베팅을 상당 부분 청산했다. 달러화의 갑작스러운 상승 반전 가능성을 겨냥한 움직임이다.
최근 수 개월간 두드러진 달러화 '팔자'에 기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 정책 복귀와 함께 대규모 자산 매입에 나선 이후로 달러화 숏 거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트레이드로 자리잡았다.
환시 트레이더들은 달러화 매도와 함께 엔화 매수 포지션을 크게 확대했고, 2년만에 처음으로 유로화에 대해 순매수로 돌아섰다.
달러화의 10년 강세장이 종료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신흥국 통화 상승 베팅도 트레이더들 사이에 열기를 더했다.
시드니 소재 AMP의 네이더 네이미 마켓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 숏 거래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며 "쏠림 현상에 따른 리스크가 언제든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화의 추세적인 상승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단기적인 반전이 나타날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달러화는 4% 급락했다. 이는 월간 기준 10년래 최대 폭의 하락이다. 연준의 통화완화에 따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데다 미국 경제의 상대적인 저항력이 팬데믹 사태에 꺾이면서 달러화를 압박한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를 끌어내리는 구조적 요인들이 여전한 만큼 추세적인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단기적인 낙폭이 과도한 만큼 급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런던 소재 HSBC의 도미니크 버닝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칼럼을 통해 앞으로 수 개월 사이 달러화 등락에 반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성장률 둔화 우려와 금리 하락, 2차 팬데믹 리스크 등 악재가 최근 몇 달간 달러화 급락 속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미국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경우 달러화가 강한 상승 반전을 연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 지표가 호조를 이루자 달러화가 1개월래 최대 폭으로 급등한 바 있다.
이 밖에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IB 업계는 하반기 달러화를 축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