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 투자은행(IB) 업계가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한 경고를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국의 이른바 슈퍼 부양책과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10년 이상 잠자는 인플레이션 깨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금값이 최근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뚫고 오르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치는 것은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급증한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인플레이션 급상승 리스크를 경고했다.
천문학적인 재정 부양과 제로금리 정책, 여기에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방출까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팬데믹 사태 대응책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모간 스탠리가 유동성 홍수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경고했고, 골드만 삭스는 미국 달러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축 통화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 밖에 핌코와 알리안츠 번스타인이 가파른 물가 상승 가능성을 예고하는 등 IB 업계가 일제히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업체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어츠의 레이 달리오 대표와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설립자 등 월가의 큰손들도 한 목소리다.
블랙록의 비벡 폴 최고투자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당장 물가가 수직 상승할 여지가 낮지만 슈퍼 부양책과 통화완화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인류 역사상 유동성 공급이 최근처럼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며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공급 증가 폭을 통제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M2 통화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9% 급증, 2011년 이후 연율 기준 평균 상승폭인 10%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이와 관련, 최근 CNBC는 연준이 앞으로 수 개월 사이 제로금리 정책의 장기화를 예고,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장 지표도 적신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 만기 스왑 금리는 최근 1.9%까지 상승, 지난 3월 0.9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가파르게 치솟았다.
최근 미국 물가연계채권(TIPS)는 '서브 제로' 영역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10년 만기 TIPS 수익률이 마이너스 1% 아래로 떨어진 것. 이는 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헤지 차원에서 TIPS 매입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치솟은 한편 수익률이 가라앉았다는 설명이다.
올해 말 미국의 공공 부채는 GDP의 100%까지 상승, 2차 세계 대전 당시 수준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팬데믹 사태 직전 약 4조달러에서 최근 7조달러로 불어났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금값 랠리가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픽텟 애셋 매니지먼트를 포함한 운용사들은 유동성 과잉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겨냥, 금 매입을 확대하고 나섰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레이크 없는 상승 흐름을 연출하는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꺾일 수 있고, IT 대형주 역시 피난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