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정크본드 발행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회사채 매입으로 돈잔치를 벌이는 채권시장이 또 한 차례 기록적인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수익률 확보에 혈안이 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공격 베팅하면서 벌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루미늄 캔을 생산하는 볼 코퍼레이션이 10년 만기 투기등급 회사채를 2.875%의 금리에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13억달러. 당초 업체는 1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입찰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액을 확대했다.
볼 코퍼레이션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의 대부분을 2022년 만기 수익률 5% 회사채를 포함해 기존 채권의 상환에 할애할 예정이다.
시장조사 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번 발행 금리는 10년물 정크본드를 기준으로 사상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 실질금리가 이른바 서브 제로 영역으로 떨어지면서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정크본드 매입에 뛰어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 7월 미국 정크본드 시장이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 기염을 토한 데 이어 랠리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발행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자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하이일드(high yield)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스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지난 3월 하이일드 본드의 수익률은 11% 선까지 치솟았지만 연준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수치는 가파르게 하락, 최근 5.31%로 떨어졌다.
수익률 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치는 사상 최저치인 4.95%를 뚫고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발행된 정크본드 물량 가운데 40% 가량이 4% 미만의 금리에 매각됐다.
다이아몬드 힐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존 맥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볼 코퍼레이션의 장기물 회사채 발행 결과는 수익률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저금리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것은 투기등급 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아마존이 사상 최저 금리에 3년과 7년 및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고, 구글 모기업 알파벳 역시 지난주1.1%에 10년물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용카드 업체 비자도 5억달러 규모릐 7년 만기 회사채를 불과 0.75%의 금리에 발행해 월가의 관심을 끌었다.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1.82%로 사상 최저치로 밀린 상황이다.
한편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선 연준은 지난달 블루칩과 함께 정크 본드를 대규모로 사들였다.
CNBC에 따르면 연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코카콜라를 포함한 블루칩 회사채와 함께 정크본드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보유한 회사채 물량은 지난달 말 기준 120억달러를 상회, 전월 25억달러에서 큰 폭으로 늘어났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