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지연시 채권단 추가 지원 불가피
대면협상 불구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아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당장 추가 지원은 불필요한 상황이며,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면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업계에서는 협상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추가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11일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을 보면, 당장 추가지원을 요청할 상황은 아니다. 자체적인 여력이 있다"며 "대면 협상이 성사된 만큼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앞서 지난 10일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에 대표이사 면담을 제안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지 일자인 12일을 이틀 앞두고 협상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현산 관계자는 "면담일자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시간을 끌 이유가 없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의 면담에 따라 인수계약 종료일도 뒤로 미뤄지게 됐다. 12일 이후 언제든지 계약이 해지될 수 있으나, 만약 추가실사 등이 진행될 경우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협상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채권단이 추가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선 일단 아시아나항공이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지원 방법은 다양하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은행은 매각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영구채 출자전환,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회생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호와 현산의 면담 자체는 긍정적인 이슈로 평가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양측이 거래 종결을 위한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며 "만남이 성사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이 개선된 점도 호재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영업이익 1151억원을 거두며 6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화물 부문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다만 양측이 만족할 만한 합의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현산 관계자는 "금호 측에서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그 권한은 우리에게 있다"며 "재실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호산업은 현산의 요구가 계약 파기를 위한 명분 만들기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역시 재실사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힌 상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산은 지난 6월 입장문을 통해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하고 최근 12주 재실사를 다시 요청했는데, 모두 계약금 반환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인다"며 "양측 모두 입장차이를 지속해 온 만큼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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