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소득보장·소득재분배· 소비증대 효과 현저히 떨어져"
"재원마련책·지속가능성, 해답 찾지 못하면 포퓰리즘"
선진복지사회硏·김상훈 의원 토론회
선진복지사회연구회와 김상훈 국회의원은 공동주최로 21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기본소득, 복지정책인가? 포퓰리즘인가?'에 대한 주제로 전문가들과 토론회를 했다.[선진복지사회연구회 제공] |
[서울=뉴스핌] 정태선 기자 =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쟁점과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선진복지사회연구회와 김상훈 국회의원은 공동주최로 21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기본소득, 복지정책인가? 포퓰리즘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계기로 기본소득 도입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재원조달 방안, 기존 복지체계와의 관계정립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도 기본소득제 도입 찬반 응답이 각각 48.6%, 42.8%로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김상훈 국회의원 (대구 서구)은 "기본소득을 시행하려면 적지 않은 금액이 필요한 만큼 재원 마련책이나 현금 지원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해답이 없다면 기본소득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숙 회장(선진복지사회연구회)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재정 건정성이 빨간 불인데, 복지의 비가역성과 지속성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기본 소득제를 비판하는 세가지 이유를 발표한 홍경준 교수(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짝퉁'기본소득제가 판 치고 있다"면서 "사회보장제도와 복지국가의 핵심기능은 사회위험의 분산에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사회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회성원에게 더 많은 편익을 주는 사회위험 분산 기능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한국의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려면 기본소득제보다는 임금체계 개편,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등 노동시장 공정성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어마어마 재원조달 방안은 공유부(common wealth)에 대한 세목 신설, 국토보유세나 환경 관련 탄소세 등이 거론되는데, 환경이나 정보가 공유부라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그 공유에 대한 권리를 특정 국민국가의 구성원으로만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며 "재정지출 몫을 정하고, 나누는 일은 전문가의 책상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소득제 시행을 위해서는 다른 제도의 예산 조정이 따를 것"이라며 "복지제도 통폐합이든, 재정 효율화이든,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폐지를 통한 소득세제 정비이든 최우선순위는 기존 복지제도 관련한 예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려가 된다"고 했다.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은 "기본소득이 실업급여액(하한 180만원)을 넘지 않는 한 실업급여도 계속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기본소득을 시행해도 아주 오랫동안 맞춤형 현금급여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오 위원장은 "현재 기본소득에 대한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못박았다. 그는 "고용율이 66%로 성인 대다수가 취업에 참여하는데, 고용 불안정과 임금 격차 또 산업구조, 노동시장 변화를 주목하며 새로운 분배를 상상하되 진정 절박한 사람을 위한다면 지금은 '필요'기반 복지체제를 공고히 할 때"라고 주장했다.
양재진 교수(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 소장)는 "한국복지국가발전, 사회보장 강화로 풀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은 복지급여에 비해 소득보장 효과, 소득재분배 효과, 소비증대 효과 등이 현격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위험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욕구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수요에 국민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증가일로에 있는 복지비에 더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하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 같이 사회·경제적 효과가 떨어지는 제도에 가용자원이 낭비되어서는 곤란하다"며 "정치가들의 표 계산에 복지국가 발전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홍식 교수(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기본소득이 한국 사회에서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되려면 권력자원, 생산체제 등과 같은 풀어야할 과제에 대한 답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교수는 "기본소득은 단순히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기존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통해 풀 수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야하는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중앙일보)는 "기본소득에 비판적이던 보수 정당까지 가세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기본소득제 확산 과정이 2010년 이후 이어져온 무상복지 경쟁과 2012년 대선 때 여야가 경쟁적으로 공약한 무상보육을 연상이 되는데 갑작스런 확대로 질이 따르지 못해 부작용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막대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지금도 중앙정부-지방정부, 중앙정부-중앙정부, 중앙정부-민간, 지방정부-민간이 뒤죽박죽 상태인데 현금 복지와 현금성 복지를 남발하면서 뒤죽박죽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날 토론회는 선진복지사회연구회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Vqg_WH11FaBCAx-KZ3lnKg)와 연구회 홈페이지 동영상 자료실,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wind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