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 226곳 개별 관리…연 1회 점검 그쳐
응급환자 이송 공공성 강하지만, 사설구급차 지원 '0원'
[편집자] 응급환자를 태우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의 횡포가 알려지면서 국내 응급차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사설 구급차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절실해 보입니다. '119 구급차'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사설'이란 이유로 불신과 홀대를 받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뉴스핌은 국내 사설구급차 운영 실태와 현장기사의 애환,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짚어봅니다.
[서울=뉴스핌] 사건팀 = 사설구급차에 대한 불신과 홀대의 이유 중 하나로 정부가 사실상 '나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설구급차는 119구급차와 달리 민간업체가 운영한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정부의 소극적 지원과 이로 인한 사설구급차의 공공성 약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 나서 건강보험 편입 등 정부가 적극 나서 사설구급차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관리·감독 기관 분산…연 1회 '수박 겉핥기' 점검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설구급차는 시·군·구청 등 기초지방자치단체(기초단체)가 관리한다. 사설구급차를 관리하는 기초단체만 226곳인 셈이다. 이로 인해 소방청이 관리하는 119구급차와 달리 기초단체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등 사설구급차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응급의료센터가 있는 서울 모 병원에 주차된 사설구급차량. 기사와 관계 없음. 2020.07.09 hakjun@newspim.com |
기초단체의 사설구급차에 대한 점검은 1년에 1회뿐이다. 이마저도 기초단체 간 점검 방식이나 기간이 제각각이다. 더욱이 일부 기초단체는 사설구급차 업체에 현장점검 방문 일정을 미리 공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짜고 치기 식 점검' 유혹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를 감시해야 하는 중앙정부도 수수방관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초단체로부터 사설구급차 점검 결과를 보고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설구급차 관리·점검·감독 주체는 지자체로, 구급차 허가 및 박탈 권한도 지자체에 있다"며 "지자체는 1년마다 구급차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한다"고 전했다.
◆ 응급의료기금 예산 2365억원인데 지원 한 푼도 없어
사설구급차에 대한 국가 지원금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의료체계 구축·운영에 쓸 응급의료기금이 있지만 사설구급차에 쓰는 돈은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 응급의료기금 예산 2365억원 중 응급의료 이송체계 지원에 쓸 예산은 206억원이다. 복지부는 206억원 중 192억원을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영비로 쓴다. 나머지 14억원은 취약지역 헬기 착륙장 건설에 투입한다.
응급의료기금에서 202억원은 119구급대에 투입된다. 202억원 중 135억원이 119구급차 및 응급의료장비 보강에 들어가지만 사설구급차에 대한 지원 예산은 없다.
A 사설구급차 업체 대표는 "119구급차가 전국을 다 커버하지 못하면 우리한테도 복지부가 신경을 써줘야 하지만 지원은 단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119구급차가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한번 출동 때마다 45만원의 세금이 들어간다"며 "우리는 이동거리 10㎞ 미만일 때 7만5000원을 받는데 10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2020.05.06 gyun507@newspim.com |
◆ "건강보험 편입시켜 관리해야"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사설구급차 서비스 개선으로 국민 편의를 높이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스 준공영제처럼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건강보험 역할 강화가 꼽힌다. 사설구급차가 출동할 때마다 업체에서 건강보험금을 청구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심사 후 돈을 지급하자는 방안이다. 이렇게 하면 심평원 등 정부가 사설구급차를 직접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다.
건강보험제도와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도 한 때 이 방안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중 우려로 인해 이 방안 도입을 포기했다고 한다.
유인술 충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119구급차가 1회 출동할 때 평균 40만원 비용이 드는데 민간 이송단은 이를 본인들이 전액 부담한다"며 "민간 이송단이 (환자로부터) 택시 운행 수준의 요금을 받고서는 운영도 어렵고 법적 기준도 지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에서 심평원에 청구하면 건강보험금을 지급하듯이 사설구급차가 건강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심평원에서 심사하고 (정부도)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