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중공업 K2전차 변속기 개발 실패로 현대로템 납품 지연
정부는 기술 기준 낮춰 S&T에 기회 제공..특혜 의혹 불거져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K2 전차 납품지연에 대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대로템과 S&T중공업의 불편한 동거가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가 성능 미달로 양산 문턱을 넘지 못한 K2 전차 변속기의 국산화 개발을 다시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S&T중공업은 변속기 납품에 실패한 업체다. 정부가 기술 기준까지 낮추려하면서 S&T중공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지난 13일 방위사업협의회를 열고 K2 전차 3차 양산에 앞서 국산변속기의 국방규격을 개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기술기준을 낮춰 S&T중공업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변속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사실상 S&T중공업 한 곳으로, 특혜 의혹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내 3차 사업이 진행될 경우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S&T중공업과 다시 합을 맞춰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현대로템이 개발한 K2전차 (제공=현대로템) 2020.07.15 syu@newspim.com |
변속기는 K2전차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장치)의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우리 기술로 전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한 뒤, 현대로템에서 지난 2014년부터 1,2차에 걸쳐 K2전차를 납품 중이다.
그런데 S&T중공업이 개발하기로 한 변속기의 기술 개발이 늦어지면서 현대로템의 전차 납품도 덩달아 늦어졌다. 100대를 양산하기로 한 1차 사업의 경우 엔진과 변속기 모두 기술 개발에 실패해 현대로템은 2014~2015년 독일제 파워팩을 달아 K2 전차를 납품했다.
이후 106대분의 2차 사업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맡은 엔진은 기술 개발을 완료했지만, 변속기가 또 내구도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방규격 내구도 기준에 따르면 전차 변속기는 320시간 동안 문제 없이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S&T중공업의 변속기는 237시간 만에 작동을 멈췄다. 요구 기준 대비 74% 수준이다.
결국 현대로템은 두산 엔진에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형태로 내년 말까지 납품을 완료하기로 했다. 당초 지난해 말 모두 납품을 완료했어야 할 사업이었다. 현대로템은 S&T중공업이 1차 사업에 이어 2차 사업에서 까지 기술 개발에 실패하자 계약을 해지했다. S&T중공업이 사실상 2차 양산 사업에서 퇴출된 셈이다.
현대로템은 2차 사업의 납품 지연으로 수천억원의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다. S&T중공업의 변속기 개발 실패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납품 지연기간은 총 1530일로, 방사청에 제기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져 지연기간은 현재 645일로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현재 추산 지체상금만 1500억원에 달한다. S&T중공업과 책임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남은 납품 지연기간인 645일에 대한 지체상금도 2차 사업 납품이 모두 끝난 후 생산 지연 원인과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체상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술기준을 낮춰서라도 파워팩 국산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엔진에 488억원, 변속기에 476억원 등 모두 964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결과물을 내야 할 입장이다.
방사청은 "3차 사업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에서 외산변속기의 기준과 운용 사례 등을 비교·분석해 국방규격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K2전차 3차 양산이 국산변속기를 적용할 수 있는 마지막 양산사업임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차 양산사업에서 계약이 해지된 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S&T중공업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순환휴직과 희망퇴직이 반복되고 있는 S&T중공업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3차 사업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S&T중공업은 지난 15일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S&T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의 개정 국방규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개정 국방규격안은 해외에서 수입되는 외산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 기준에 비해서도 까다롭게 설정돼 S&T중공업은 국산 변속기에도 형평성 있게 국방 규격을 개정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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